3월11일 ‘흙의 날’은 우리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근원인 흙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이다. 2015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 ‘일상에 일구는 생명, 흙과 사람의 약속’이라는 주제로 흙을 돌보는 일이 곧 우리 미래를 돌보는 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 농업은 배고픔을 해결한 ‘녹색혁명’, 사시사철 채소를 공급한 ‘백색혁명’을 거쳐 국민의 영양과 식생활 다양화를 이룬 ‘품질혁명’까지 변화를 거듭하며 발전해왔다. 특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이 과정의 중심에서 농업의 기반이 되는 토양 자원을 데이터화하고 과학적으로 관리해왔다.
그 시작은 전국의 토양 특성을 분석해 구축한 토양환경정보시스템 ‘흙토람’이다. 농민에게 알맞은 비료 사용량과 작물별 최적의 토양환경 정보를 제공해 경험에 의존하던 농업을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토양관리로 전환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금 우리는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안보 위기’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농과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저장고’로서 흙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고민 중이다. 농경지 탄소저장능력을 높이기 위한 탄소저장기술인 바이오차를 비롯해 ‘광물 활용 탄소격리기술’ 등을 연구한다.
바이오차는 농경지에 반영구적으로 탄소를 격리하고 토양의 물리성과 양분보유력을 개선해 작물의 생산성 증대에 도움을 준다. 광물 활용 탄소격리 기술은 암석이 풍화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탄소격리 기술이다. 이 기술은 탄소를 효과적으로 떼어놓을 뿐만 아니라 토양의 질을 개선해 지력을 증진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흙’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일부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 흙을 대해야 한다. 흙을 보호하고 가꾸는 것은 농민과 정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전부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무심코 딛고 서 있는 이 흙 한줌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다.
농과원은 현장중심의 연구를 강화해 건강한 흙을 영위하는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흙의 날’을 맞아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발아래 흙을 보듬어 보는 것을 권해본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