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3월호 기사입니다.
정보 과잉이 자칫 사실의 왜곡을 불러오는 시대다.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해 대중의 오해를 부추기는 정보도 넘쳐나고 있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축산업과 축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해 보자. 축산물과 건강·영양, 축산업과 환경, 축산업 시스템·동물복지 등 3대 분야의 오해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기후 위기의 확산 속에서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 공통 과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축산업은 전 지구적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눈길을 받아왔다.
유명 방송사의 환경 다큐멘터리들과 일부 채식주의 단체들은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와 분뇨가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라며, 육식 중단이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가운데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긴다.
이들이 제시하는 자료들은 과연 공정하게 도출된 것일까? 축산업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향력이 과도하게 부풀려지거나 맥락이 생략된 채 전파되는 것은 큰 문제다.
축산업이 자동차보다 온실가스 많이 배출한다?
축산업을 향한 공격의 중심에는 항상 온실가스가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오해는 ‘축산업이 교통수단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는 2006년 발표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서 기인한 것이다. 당시 보고서는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비중을 18%로 산출하며 교통수단(14%)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축산업의 경우 사료 생산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을 합산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산한 반면 교통수단은 주행 중 배출한 양만 계산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불공정한 비교에 따른 오류였던 것이다. 이에 FAO는 2013년 이를 수정해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을 14.5%로 조정해 발표했다.
최근에는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 비율에 더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농업 분야의 배출 비율은 약 2.9%로 집계된다. 그중 축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비율은 단 1.3%에 불과하다. 이는 에너지(87%)나 산업공정(7.5%)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쇠고기 1㎏ 생산에 물 1만 5000ℓ가 사라진다?
축산업이 환경에 위해를 가한다는 주장 가운데는 물 소비량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쇠고기 1㎏ 생산에 물 1만 5000ℓ가 소요된다’는 주장인데, 이는 ‘물 발자국’ 이른바 ‘워터 풋프린트(Water Footprint)’의 개념을 오해한 결과다.
워터 풋프린트는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되거나 오염되는 물의 총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단순히 가축이 마시는 물뿐만 아니라 사료 작물을 재배하는 데 들어가는 물과 공정 과정의 용수까지 모두 합산한 개념이다.
축산업과 관련해 워터 풋프린트를 이해할 때는 물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워터 풋프린트는 물이 어디서 왔느냐에 따라 세 가지(녹색수·청색수·회색수)로 분류한다.
녹색수(Green Water)는 토양에 저장돼 있는 빗물을 의미하는데 사료 작물이나 목초가 자라는 데 쓰이는 물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청색수(Blue Water)는 강물·호수·지하수 등 지표수나 지하수를 의미한다. 가축이 직접 마시는 물이나 축사 청소, 가공 공정 등 실제 생산에 소요된다. 회색수(Grey Water)는 생산 과정에서 오염된 물을 하천에 배출할 때 수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정화하는 데 필요한 희석 용수를 의미한다.
그런데 환경론자들이 “쇠고기 1㎏을 만드는 데 1만 5415ℓ의 물이 든다”고 주장할 때 사용하는 수치는 바로 이 녹색수·청색수·회색수를 모두 합친 값이다.
네덜란드 유네스코 물 교육 연구소(UNESCO-IHE) 자료에 따르면 쇠고기 생산에 소요되는 물의 93.5%는 녹색수(빗물)다. 빗물은 가축이 먹지 않더라도 땅으로 스며들거나 증발하는 자연적인 물 순환의 일부이므로 쇠고기 생산에 소요된 것으로 특정할 수 없다. 또한 축산에 있어서 가축의 음용과 관개용수로 사용되는 청색수의 비중은 3.6%, 수질오염 정화에 필요한 회색수는 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가축이 마시는 청색수 소비량은 공산품 대비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터 풋프린트는 ‘물의 종류(특히 빗물의 비중)’를 구분해서 해석해야 축산업의 환경 영향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총량만 보고 축산업이 지구의 물을 고갈시킨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장된 억측이다.
체계적인 분뇨자원화 통해 환경친화 실현 중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 친환경적 축산업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환경보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분뇨 처리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매우 선진화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엄격한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제도(2020년 시행)’를 운영 중이다. 농가는 일정 기준 이상 부숙시키지 않은 퇴비를 살포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시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는다.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제도는 가장 친환경적인 축산업 모델인 ‘경축순환농업’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같은 축산 선진국은 이미 양분총량제를 통해 지역 내 자원순환을 법제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지역별 퇴비유통센터를 중심으로 이 모델을 확산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축산업에서는 분뇨 퇴·액비화 단계를 넘어서 ‘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이 한창이다. 축산환경관리원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운영하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에서는 분뇨의 혐기성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포집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직접적으로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축산 분야 탄소중립 앞당길 사료 신소재 개발
우리 축산업은 메탄가스 발생량 감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지난해 한우의 장내 발효 과정에서 메탄가스 발생량을 18% 줄일 수 있는 사료 소재를 개발했다. 비타민B1의 활성형 물질인 티아민 이인산이 바로 그것.
티아민 이인산을 사료에 첨가해 한우에 급여한 결과 무첨가 사료를 급여했을 때보다 평균 18.3%의 메탄 배출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특히 이 첨가제는 적용 시 사료 섭취량과 성장률은 그대로 유지돼 생산성 저하 없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축산과학원은 국내 사육 중인 한우 전 마릿수(2024년 기준 약 341만 마리)에 티아민 이인산을 적용할 경우 연간 약 86만t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축산 분야 탄소 감축 목표인 330만t 중 26%에 해당하는 양이다. 현재 정부는 축산 분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한·육우 사료 30%를 저메탄 사료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여타의 산업도 동일한 입장이다. 대한민국 축산업은 그동안 빠르게 친환경 체제로 전환해 왔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률 1.3%라는 수치는 우리 축산인들이 분뇨와 사양관리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흘린 땀방울의 결과다. 이제 필요한 것은 농가들이 저탄소 설비를 도입하고 자원순환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이다. 또한 축산인이 생태계의 수호자 역할을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을 보낼 때다.
글 이나영 I 사진 농민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