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브라질산 쇠고기·돼지고기 수입 확대 논의가 축산업계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브라질산 쇠고기에 대한 국내 쇠고기시장 빗장이 열린다면 한우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양돈업계 또한 브라질산 돼지고기 지역화 확대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상회담서 쏘아올린 ‘브라질 쇠고기의 한국 불고기 식탁 점령’=“브라질 쇠고기로 만든 불고기가 식탁에 올라가길 바란다.”
룰라 대통령이 2월23일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특히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쇠고기를 콕 집어 “이 대통령께 브라질산 쇠고기 수출을 위한 위생 검역 요건이 조속히 마무리된다면 한국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두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한-브라질 4개년(2026∼2029년)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축산업계가 행동계획 가운데 주목하는 부분은 브라질산 쇠고기·돼지고기의 한국시장 접근 확대 조치에 관한 내용이다. 계획엔 브라질 현지에 농림축산식품부·농림축산검역본부로 이뤄진 기술 실사단 파견을 시작으로 브라질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을 위한 위험평가 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하는 데 양측이 합의한 것으로 나와 있다.
수출국 현지에 가서 가축위생실태를 조사하고 수입위험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수입위험분석절차 8단계 중 4번째 단계로 파악된다.
또한 양국은 한국에 수출 중인 브라질 산타카타리나주 이외 지역 돼지고기의 한국시장 접근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브라질은 세계적인 축산물 수출 대국=브라질은 세계적인 축산물 수출 강국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브라질은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 1위 쇠고기 수출국 지위를 유지 중이다. 2025년 기준 세계 쇠고기 수출의 25%를 차지했다. 2026년 쇠고기 수출량은 355만t 수준으로 전망된다.
돼지고기 수출 규모 또한 막대하다. 브라질은 2025년 돼지고기 175만t을 전세계 100개국에 수출했다. 2026년 수출량은 전년 대비 2% 늘어난 179만t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 3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닭고기분야에서 이미 브라질산에 수입시장 대부분을 내준 상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브라질산 닭고기는 국내 수입 닭고기의 86%를 차지한다.
◆축산농가 “생산자 희생 전제하는 일방적 수입 개방 반대”=농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한우협회는 4일 성명에서 “한·브라질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쇠고기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은 한우농가에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면서 “정부의 안일하고 편향된 통상 외교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한우협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가 무관세로 도입되는 데다 각국과의 시장개방으로 한우농가는 연간 5000곳씩 폐업하는 상황”이라며 “시장을 개방하기 전에 농어촌 상생기금, 피해보전직불제 연장 등 국내 한우산업 안정을 위한 보호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브라질 돼지고기는 한국의 수입위생조건을 충족하는 특정 지역(산타카타리나주)산에 한해 수입되고 있다”며 “정상회담 합의가 있더라도 법적·검역 조건에 부합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