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3월호 기사입니다.
평생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인생 2막을 일구고 있는 오윤규 대표. 그는 거창한 성공 신화보다는 ‘지속 가능한 경영’과 ‘현실적인 노후 설계’에 집중한다. 축산에 뛰어든 지 어느덧 6년. 그가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며 깨달은 실버 귀농의 튼튼한 버팀목은 체력과 자금. 그의 방식은 은퇴형 귀농이 나아가야 할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에 자리한 <선골농장>은 송아지를 키워 출하하는 일관 사육 농장이다. 현재 한우 80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암수 비율은 절반씩 유지한다. 전체 4000㎡(약 1200평)에 이르는 농지에는 축사와 축분장, 사료 창고가 들어서 있다.
농장 인근 밭에서 콩·깨 등 농작물도 재배하는 오윤규 대표는 축산과 밭농사를 연계한 순환형 농장 운영을 지향한다. 또 규모를 무리하게 키우기보다 현재 여건 안에서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귀농 8년 차인 오 대표는 올해 칠순을 맞았다. 창업을 목표로 내려오는 청년 귀농인과 달리 그는 정년퇴직 후 삶의 방향을 다시 설계하며 축산을 선택한 ‘은퇴형 귀농인’이다.
오 대표는 평생 한 직장에 몸담았다.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이어가던 시절, 막연히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가 소를 키워 볼까’ 하는 생각을 품은 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은퇴 전 가족들과 한우 사육에 대해 상의했지만 반대가 컸다. 초기 투자비가 높아 경험 없이 시작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그때는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전환점은 은퇴 무렵 찾아왔다. 어머니가 별세하면서 부모가 살던 고향 집으로 돌아오게 됐고 자연스럽게 귀촌 생활이 시작됐다.
“고향에서 조용히 지내려고 내려왔어요. 논이 있으니 벼농사를 짓고, 밭농사도 해 보자는 생각이었죠.”
은퇴 후 다시 꺼낸 꿈, 한우로 연 인생 2막
하지만 직접 해 본 농사는 예상보다 고됐다. 특히 농번기에는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일해야 하는 등 체력 소모가 컸다. 그 무렵 주변 한우농가들의 일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저녁으로 먹이를 주고 낮에는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귀농 결정에 영향을 준 또 다른 요인도 있다. 오랫동안 즐겨온 테니스를 무릎 문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생활 리듬이 바뀐 것이다. 또래들과 전국을 다니며 대회에 참가하던 활동적인 일상을 그만두자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한때 접어뒀던 ‘한우 사육’이라는 선택지가 다시 떠올랐다. 그는 가족을 재차 설득했고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만 담았던 계획을 현실로 옮겼다.
오 대표는 축산 관련 교육을 차근차근 이수하며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이후 2019년 농장 개설 허가를 받았고 같은 해 말 축사를 신축하며 본격적으로 한우 사육에 들어갔다.
그는 농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자금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축사 신축과 기반 시설 설치, 입식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
“3억 원 정도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7000만 원이나 더 들었어요.”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자금을 모두 농장 조성에 투입했다. 은퇴 후 시작하는 귀농에서 초기 투자비는 곧 향후 운영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한우 15마리였다. 귀농 당시 축산 현장에서는 ‘무조건 마릿수만 늘릴 게 아니라 처음부터 우량 개체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조언이 지배적이었다. 한우 개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의 혈통이나 타고난 체형이 최종 도축 성적을 결정짓는 변수로 떠올랐던 것이다.
그는 “초기 입식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했지만 장기적인 경쟁력을 고려해 과감하게 우량 암소 위주로 농장의 기틀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들여온 소들이 새끼를 낳고 다시 그 송아지를 키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현재는 혼자서 관리하기에 가장 적당한 규모인 80마리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초기 투자 3억 7000만 원…성패는 ‘자금 맷집’
오 대표는 은퇴 귀농의 첫 번째 조건으로 ‘탄탄한 자금력’을 꼽는다. 은퇴 후 도전은 젊은 시절처럼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지만 은퇴 후에는 사정이 다르죠. 시작 단계부터 어느 정도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해요. 그래야 위기가 찾아와도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경영 안정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가 말하는 자금력은 단순히 돈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외 변수라는 ‘리스크’를 견뎌 낼 수 있는 ‘맷집’을 갖추라는 의미에 가깝다.
정부의 저리 융자 제도가 마중물 역할은 할 수 있지만 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값이 하락할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경영의 자립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 귀농인에게 자기 자본은 위기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오 대표는 “내 돈으로 시작해야 외부 환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롱런할 수 있다”며 “은퇴 귀농의 성패는 결국 대출을 최소화한 준비된 자금에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은퇴형 귀농, ‘확장’보다 ‘지속’에 방점 둬야
현재 농장은 외부 인력 없이 오롯이 혼자 관리하는 1인 경영체제다. 노동 강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철저하게 루틴을 지킨다.
매일 오전 7시 농장에 도착해 약 1시간 30분 동안 사료 급여와 개체 상태 점검을 마치고 오후 4시경 다시 사료를 주는 방식이다. 별도의 중간 간식 급여 없이 정해진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관리해 노동력 낭비를 최소화했다.
사료 급여체계는 성장 단계별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볏짚 등 조사료도 소의 반추 활동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전략적으로 급여량을 조절하고 있다.
오 대표는 “전체 경영비 중 사료비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라며 “가장 큰 고정 지출인 만큼 급여체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수익성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선골농장>은 30~32개월령에 맞춰 소를 출하하며 생체중량 800~900㎏, 최대 1t에 육박하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 수준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오 대표의 향후 목표는 명확하다. 앞으로 5년간 현 상태를 유지하다 이후 마릿수를 서서히 줄여 ‘소일거리’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는 무리한 규모 확장에 단호히 선을 긋는다. 현재의 80마리 규모는 외부 인력 없이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최적의 한계선이라고 생각한다.
수익 구조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최근 축사 지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일정한 부수입을 확보하고 있다.
오 대표는 예비 실버 귀농인들에게 현실적인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은퇴 후 귀농은 더 높은 곳을 향한 ‘성장’이 아니라 평온한 삶을 끝까지 유지하는 ‘지속’이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탄탄한 자금 여력이 경영의 든든한 맷집이 돼 준다면 내 몸에 맞는 적정 규모를 지키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에요. 무리한 확장보다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 가세요. 그것이 실버 귀농을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에요.”
글 박자원 I 사진 박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