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 3월호 기사입니다.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과 모돈 자동급이기, 이유자돈 액상급이 시스템, 음수관리기, 벌크빈 로드셀. 이것들은 모두 충남 예산 <팜큐브>에서 활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들이다. 박계영 대표는 스마트 축산의 가장 큰 장점은 노동력 절감과 사료 관리의 표준화라고 강조했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팜큐브>는 모돈 400마리 규모의 번식 전문 농장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회사에서 근무하던 박계영 대표는 2002년 건강이 안 좋아진 매형을 도와주다 양돈업에 발을 들였다.
2004년에는 양돈장을 인수해 직접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모돈 200마리 규모였던 양돈장을 2008년 모돈 300마리 규모로 한차례 증축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등 시설 투자도 했다. 하지만 시설이 오래되다 보니 투자 대비 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양돈장을 접어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2019년 돈사를 전부 허물고 기존 2640㎡(800평) 규모에서 3168㎡(960평)로 20% 증축(본동 2975㎡(900평), 후보사 1983㎡(60평))해 새로 지었어요. 최소 2년 정도는 수입 없이 버텨야 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계속 돼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시설 현대화가 필수라고 생각했죠.”
2020년 초 준공한 <팜큐브>는 양돈장처럼 보이지 않는 양돈장이 콘셉트다. 이를 위해 20년간 돼지를 키우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층짜리 아파트형 무창돈사를 설계하고 외벽 마감도 일반 벽돌 대신 고가의 화강암을 선택했다.
돈사 1층에는 분만사와 임신사가, 돈사 2층에는 자돈사가 각각 위치해 있어 돼지 이동 시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나 계절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고 차단방역 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이뿐만 아니라 돈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동선도 크게 줄어 인력 관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단계별 사료 배합부터 급이까지 자동으로
돼지도 주먹구구식이 아닌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키운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돈사 내부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과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을 비롯해 모돈 자동급이기, 이유자돈 액상급이기, 사료 및 음수 섭취량 측정기, 사료빈 로드셀 등과 같은 ICT 장비를 도입했다.
덕분에 돈사 내부 상황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하고 온도와 환기량을 조절해 주는 것은 물론 사료 배합부터 급이까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동 처리한다.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이 바로 이유자돈 액상급이기죠. 자돈의 경우 이유 후 30㎏ 정도까지 3~4단계의 사료를 거쳐요. 이때 핵심은 돈군별 성장 속도를 봐 가면서 사료를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겁니다.”
문제는 직원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원하는 만큼 사료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민 끝에 10여 년 전 컴퓨터로 사료 급이가 가능한 액상급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덕분에 지금은 돈군별 맞춤 급이를 하고 있다.
“이유자돈이 들어오면 직원들이 돼지의 크기를 보고 대·중·소로 나눠 분방만 해 주면 돼요. 사료는 제가 미리 분방별로 입력해 놓은 급이 프로그램에 따라 일령별로 알아서 배합해 주죠.”
사람이 일일이 사료를 주려면 힘들었을 텐데 컴퓨터로 하니 훨씬 수월하고 사료 주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액상급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사료를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눠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돼지가 항상 신선한 사료를 먹을 수 있고 급이기도 깨끗하게 관리가 가능하다. 게다가 사료 전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들 뿐 아니라 소화흡수율도 개선돼 증체량이 향상되고 축산냄새도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다.
사료 급이 표준화 가능해져
포유모돈 자동급이기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이 직접 사료를 줄 경우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다 보니 먹지 않고 버려지는 게 많다. 특히 남은 사료는 시간이 지나면 부패해 모돈의 사료 섭취량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유량과 유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줘 새끼 돼지의 설사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모돈의 산차와 산자 수에 따라 최적의 급여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포유모돈 자동급이기를 활용하면 그럴 염려가 없다.
“사료를 조금씩 여러 번 나눠 줄 수 있어 사료 섭취량이 늘고 사료 허실도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분만사 입실 후부터 이유할 때까지 개체별 섭취 동향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모돈의 건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죠.”
컴퓨터 피딩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들의 사료 급이에 대한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이 바뀌어도 기계를 관리하는 기본적인 방법만 알려주면 될 뿐 사료 급이에 대한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
대신 컴퓨터 피딩 시스템을 직접 운용해야 하는 농장주나 관리자의 일은 초반에 다소 늘어날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을 이해하고 농장에 맞는 사료 급이 프로그램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료 급이만 하지 않아도 노동력이 50%는 줄어요. 게다가 예전에는 아무리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직원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졌어요. 그러다 보니 직원이 바뀔 때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료를 주는 방법이 표준화됐죠.”
돼지의 성장 속도에 따라 사료 프로그램을 유연성 있게 운용할 수 있어 사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컴퓨터 피딩 덕에 남는 노동력을 임신사나 분만사 등에 추가 배치할 수 있어 인력 운용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사고 예방
이 밖에도 환기 컨트롤러로 온습도와 환기는 기본이고 바닥 난방 시스템과 점등 타이머, 음수관리기 등을 연동해서 사용하고 사료빈에는 로드셀을 적용해 사료 급여량 및 잔여량을 확인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돼지의 음수량을 측정해 알려주는 음수관리기는 돼지의 사양·질병 관리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대개 사료 섭취량이 늘어나는 만큼 음수량도 우상향으로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뭔가 질병이 발생했다는 신호예요. 특히 여름철 음수량이 급격히 늘었다면 돈사 내부 온도가 너무 높은지 의심해 봐야 하죠.”
박 대표는 음수관리기를 이용하면 기준치보다 돼지의 물 섭취량이 늘거나 줄었을 때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며 급수관 파열 등으로 인한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ICT 장비 도입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돈사 운영 방법이다. 예전엔 사람이 직접 돈사에 들어가 온습도를 조절해 주고 사료와 물을 주며 돼지의 상태를 일일이 살펴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돈사 내부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제어도 가능하다. 히스토리 기능도 있어 시간대별 사고 원인이나 문제점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ICT 장비와 업체 선정에 신중해야
처음부터 환기를 비롯한 내부 시설과 사료·전기·음수 라인, 각종 ICT 장비들을 모두 고려해 농장 설계를 하는 것이 좋다. 건물을 다 짓고 난 뒤 ICT 장비를 넣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기존 돈사에서 액상급이기를 사용할 때는 키친룸을 돈사 내부가 아닌 외부에 설치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겨울철 파이프라인이 얼어 사료 급이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대표는 돈사를 리모델링하면서 내부에 각종 ICT 장비 운영을 위한 별도의 관제실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각종 케이블과 통신시설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유자돈 액상급이를 위한 키친룸 역시 돈사 내부에 설치해 겨울철 동파 등으로 인한 고장을 최소화했다.
“비싼 돈을 들여 ICT 장비를 설치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따라서 사전에 충분히 알아본 뒤 도입해야 하죠.”
ICT 장비업체의 지속 가능성과 사후서비스(AS) 여부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ICT 업체가 문을 닫으면 소모성 부품 등을 확보하거나 AS를 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ICT 장비 전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박 대표는 “ICT 장비를 도입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농장주 스스로 ICT 장비에 대해 잘 알고 운용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특히 소모성 부품 교환이나 기본적인 수리 등은 농가에서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장영내 I 사진 장영내, 월간축산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