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개혁을 위해 자체 가동하고 있는 ‘농협개혁위원회’가 10일 제4차 회의를 열고 농협 운영 전반을 전면 재설계하는 개혁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혁안은 ▲선거제도 개선 ▲인사 공정성 제고 ▲책임경영 강화 ▲내부통제 강화 등 농협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협동조합인 농협이 내부 조합원·조합장과 외부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자체적으로 조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품선거 통제장치 강화=위원회가 제시한 선거제도 개편의 핵심은 ‘돈 안쓰는 선거’ 정착이다. 금품수수 등 불법선거 관행을 근절하는 동시에 정책 중심의 공정한 선거문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선거비용 보전 제도를 신설하고, 정책토론회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의무화 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또 호별 방문이나 금품 제공 등 불법 선거운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임계치 기반 부정선거 자동감시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이상 징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선거관리기관에 경보가 자동 전달되는 방식이다. 선거법 위반자에 대해선 조합원 제명, 기탁금 몰수 등 제재를 대폭 강화하고, 공소시효 확대를 위한 법 개정도 정부와 논의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앙회장 선출방식에 대한 논의는 한차례 더 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위원회 내부에선 선출 방식과 관련해 중앙회의 연합회적 성격을 고려한 조합장 직선제와 선거 과열 방지와 효율성을 강조한 이사회 호선제가 팽팽히 맞붙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은 조합원 직선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위원들은 어느 방식의 제도를 채택하더라도 회장 권한 축소 등 강력한 제도적 보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농협은 밝혔다.
◆계열사 인사 독립성 강화=인사 부분에서는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가능 기간을 퇴직 후 1년으로 제한한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던 퇴직자의 회전문 인사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상무급인 집행간부는 내부 승진 원칙을 유지하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는 역량 중심 인사체계를 확립한다. 아울러 인사추천위원회에는 외부위원 추천 채널을 다양화하고, 추천 위원을 2배수 이상 확대해 신뢰성을 높인다. 임원 추천 시 후보 공개모집도 의무화한다. 경제지주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농협중앙회 소속 위원의 참여를 완전 배제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60%로 확대해 계열사 인사 독립성을 강화한다.
내부통제 부문에서는 윤리경영 콘트롤타워인 ‘범농협 준법감시위원회’를 신설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고, 범농협 차원의 윤리경영을 총괄하고 농협개혁위원회가 도출한 개혁과제 이행상황을 감독할 계획이다.
전국 농축협을 감사하는 조합감사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의 선출방식을 내부 감사위원회와 동일한 수준으로 기준을 높이고, 감사위원회 외부 전문가 선임 요건에 직무경력을 포함해 전문성을 확보한다. 감사위원회 외부전문가 선임 요건에는 직무경력을 포함해 전문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 이사회에는 ‘독립이사제’를 도입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한다. 독립이사에게는 기존 사외이사와 달리 내부통제 관련 안건 등을 이사회에 직접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이사회가 실질적인 경영 감독기구로 기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3월24일 개혁과제 마무리, 로드맵 마련=회의를 주재한 이광범 농협개혁위원장은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금권선거, 회전문 인사, 취약한 내부통제 등 농협에 제기되는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책선거 제도화와 준법감시위원회 및 독립이사제 도입을 통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4일 제5차 회의에서 개혁 과제를 마무리하고 단계별 실행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농협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국민과 농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해 조직 운영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혁신하고, 뼈를 깎는 쇄신으로 환골탈태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 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와도 긴밀히 소통해 농협 발전 방향을 새로 정립하고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