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면서 국내 축산농가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옥수수·밀·대두 등 국내 배합사료 원료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사료산업 구조상 유가와 환율이 조기에 안정되지 않는다면 사료값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산 풀사료 수급도 어려운데 전쟁까지”…축산농가, 생산비 상승 걱정에 발 동동=“가뜩이나 동절기 풀사료 작황도 좋지 않아 국산 볏짚 가격도 크게 올랐는데, 중동에서 전쟁까지 나면서 농가마다 사료값 걱정에 아우성입니다.”
10일 만난 김계훈 충남 논산 야곱목장 대표(58)는 젖소에 직접 생산한 건초를 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생산비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사료비를 줄여보고자 20여년 전부터 풀사료를 직접 재배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작년 가을만 해도 원형 곤포 사일리지 가격이 1롤당 5만∼6만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엔 가을장마 등 궂은 날씨 탓에 작황이 나빠지면서 전라권에서 상차가격 기준 10만원대에 거래됐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12월 상중순 전국 52개 시·군농업기술센터 등과 함께 진행한 동계 사료작물 생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잦은 비로 볏짚 수거와 파종이 지연돼 일부 재배지에서 생육 부진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주변 농가들도 뒤늦게 봄 파종을 준비하고 있지만 수량이 적고 수분 함량도 높아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큰 데다 재배경지도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올라 사료공장마다 완전배합사료(TMR) 가격을 곧 크게 올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다”고 했다.
◆“1센트라도 싸게”…국제 곡물시세 요동에 최저점 구매 눈치 싸움=“24시간 비상체제입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곡물거래시장을 밤 10시부터 새벽 내내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1센트라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환율과 해운시장도 실시간으로 점검 중입니다.”
같은 날 서울 강동구 농협사료 구매본부 곡물구매부 사무실. 모니터엔 곡물 선물 가격과 실시간 환율, 해상운임 지표가 쉴 새 없이 등락을 반복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초마다 바뀌는 그래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중동 사태 발발 이후 9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7월물 옥수수 장중가는 1부셀(27.2㎏)당 487센트까지 올랐다. 전쟁 이전 평균 450센트 수준과 비교해 8% 이상 높다.
그래프를 살피던 이재영 농협사료 곡물구매부장은 “국제 곡물가격이 이전부터 상승세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유가격과 환율까지 급등해 사료 원가 상승 압박이 심해졌다”며 “특히 배합사료 원료의 절반을 차지하는 옥수수는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에탄올의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유가가 치솟으면 가격이 급등한다”고 전했다.
이 부장에 따르면 미국 서부 해안을 지나는 해상운임은 전쟁 이전 1t당 35달러 수준에서 최근 44달러로 26% 상승했다. 여기에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도 큰 부담이다.
중동 정세에 따라 국제시장이 시시각각 변동하는 가운데 사태 진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부장은 “곡물의 필수 재고는 확보해놓은 상황이지만 자칫 장기로 전환될 조짐이 보이면 선취구매 등을 통해 대비할 계획”이라면서 “밤새 선물 거래 상황을 지켜보며 최저점 구매로 농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논산=이미쁨 기자, 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