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 3월호 기사입니다.
딸기 제철은 겨울부터 이른 봄이다. 그러나 식물공장에서 연중 딸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상용화돼 이제 한여름에도 달콤한 딸기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스마트팜 전문기업 ㈜퍼밋이 운영하는 경기 이천의 물류센터 안 딸기 수직농장에서는 규격화된 모듈형 5단 수직재배 베드에서 1년 내내 빨갛고 탐스러운 딸기가 자란다.
경기 이천시 대월면의 한 물류센터. 여느 물류창고와 다르지 않은 모습의 이곳 3층에는 스마트팜 전문기업 ㈜퍼밋(대표 박선기)이 운영하는 1320㎡(400평) 규모의 딸기 수직농장이 있다. 모듈식 다단재배 시스템을 갖춘 이 수직형 식물공장에서는 2만 포기의 딸기가 연중 자라고 있다.
“퍼밋은 2021년부터 165㎡(50평) 규모의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에서 딸기를 시험재배하며 수직농장 시스템과 관련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자체 기술로 구축한 퍼밋의 수직농장은 고전력 냉난방기가 필요 없는 에너지 절감형 시설이라는 점이 핵심 경쟁력입니다.”
정진용 퍼밋 전략기획실 전무는 “이 물류센터 내 수직농장은 4세대 모델로 초기 1세대 스마트팜 대비 약 38%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식물공장에서는 잎채소 재배가 주를 이루지만 퍼밋은 연중 딸기 생산에 도전했다. 딸기는 생육 균형이 무너지면 품질 저하로 이어져 식물공장에서 상시 재배하기 까다로운 작물로 꼽힌다. 그럼에도 퍼밋이 딸기 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 전무는 “식물공장은 전기 등 에너지 비용이 큰 구조인 만큼 잎채소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딸기를 연중 생산해 여름 딸기를 출하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랭식 LED 냉각시스템으로 에너지 비용 낮춰
이곳 실내형 스마트 수직농장은 A·B동으로 구성돼 있다. 495㎡(150평) 규모의 A동에는 모듈형 5단 수직재배 베드가 2층 구조로 설치돼 있다. 재배대 한 블록에는 화분 형태의 포트 60개가 배치돼 있으며 지난해 11월 말에 아주심기한 딸기가 현재 2화방 수확기에 접어들었다.
딸기는 수직재배 전용 화분에 한 포기씩 심어 개체별로 포트재배한다. 작물 교체와 이동이 쉬운 것이 특징이다. 전체 10단 베드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구조로, 이곳에 심은 2만 포기는 약 3970㎡(1200평) 규모의 일반 온실에서 재배하는 것과 맞먹는 생산성을 낸다.
“정밀한 환경제어를 통해 딸기 한 포기당 700g에서 많게는 1㎏까지 수확합니다. 대부분의 딸기 농가는 겨울·봄철에만 출하하지만 수직농장은 연중 재배가 가능해 관행 대비 수확량이 4배 이상 높습니다.”
정 전무는 “기존 온실보다 품질 균일도가 높고 안정적인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은 퍼밋의 재배시스템과 기술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퍼밋 수직농장은 규격화된 모듈형 수직재배 베드를 적용해 시공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시설 설치와 확장이 쉽도록 설계했다. 특히 기존 수직농장이 냉난방 비용 부담으로 경제성이 떨어졌던 구조적 문제를 수랭식 발광다이오드(LED) 냉각시스템 같은 에너지 절감형 기술로 해결했다.
현재 농장에는 2.2m 길이의 바(bar) 형태 90와트(W) LED가 약 3000개 설치돼 있다. 일반 수직농장은 LED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대형 냉난방 설비와 유동팬을 가동해야 해 전력 소모가 크다. 퍼밋은 LED 모듈에 직접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수랭식 LED 냉각시스템을 개발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정 전무의 설명에 따르면 냉각수는 LED에서 발생하는 열을 직접 흡수해 재배실 내부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재배대 층간 온도 편차를 최소화함으로써 딸기 생육 균일도를 높인다.
또 하나의 특징은 LED 설치 방식이다. 일반적인 수평 다단베드에서는 LED가 재배대 상부에 고정돼 있지만, 이곳은 5단 수직재배 베드 사이 통로에 이동형 LED를 설치했다. LED는 좌우 이동이 가능해 작업 동선을 확보하기 쉽고 딸기 생육 관리도 수월하다. 딸기와 LED 간 거리는 45~50㎝로 유지하며 작업할 때는 광량을 조절하거나 소등한다.
이에 대해 조남경 퍼밋 딸기육종센터장은 “딸기 품종과 생장 단계별로 적정 광량이 달라 조사 거리와 시간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며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LED 조사 조건에 따른 온도 파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객관적인 생육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직농장 전용 종자 육성·재배법 보급
퍼밋 수직농장은 연중 낮 23~24℃, 밤 10℃의 온도를 유지하고 습도는 60~70%로 관리한다. 이는 단순 냉난방 방식이 아닌 냉수와 온수를 통합 활용하는 일체형 공조시스템을 통해 온습도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퍼밋은 딸기 전 생육 단계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재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주심기부터 활착기·출뢰기·개화기·수확기에 이르기까지 품종별 생육 특성과 수량 변화를 체계적으로 조사한다. 딸기를 수확할 때도 당도·경도·산도·수량을 분석해 객관적인 품질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퍼밋의 또 다른 경쟁력은 수직농장 전용 딸기 품종을 자체 육종한다는 점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1943퍼밋> <팅커벨>을 포함한 10종의 딸기를 재배한다. 조 센터장은 “온실에서 우수한 품종이라도 밀폐형 수직농장에서는 동일한 특성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수직농장에서는 전용 품종 확보가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수직농장에 맞는 초장과 꽃대 길이가 짧은 것을 우선 선발하고, 유럽 딸기처럼 계속 꽃대가 나와 사계절 생산할 수 있는 품종 위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자체 육종한 1943퍼밋은 초장이 짧아 밀식재배에 적합하고 고온 적응성과 고당도·저장성이 우수하다. 일반 <설향> 대비 28℃ 이상의 환경에서도 품질 저하가 적어 냉방 부담이 큰 수직농장에 적합한 품종이다. 조 센터장은 “퍼밋은 흰 딸기 <신데렐라> 등 프리미엄 신품종 개발에도 주력하며, 품종과 함께 재배 매뉴얼, 병해충 관리, 수확·선별 기준, 판로 연계까지 통합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 수확한 딸기는 물류센터에서 즉시 포장해 출하된다. 퍼밋은 앞으로 제과·유통 업체 등 기업 간 거래(B2B) 위주의 계약재배 구조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계획이다.
수직농장 통합 설루션 구축·해외 수출 본격화
농지법 개정으로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나 산업단지 내 수직농장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식물공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초기 시설 투자비와 기술 부족은 여전히 큰 장벽이다. 이에 대해 정 전무는 “퍼밋은 모듈형 재배대를 적용해 공사 기간을 30일로 단축하고, 초기 투자비도 기존 방식보다 약 30% 절감했다”며 “시설·설비의 양산 체계를 구축해 비용을 더욱 낮추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퍼밋은 최근 중국 쓰촨성 청두 스마트팜 프로젝트에도 진출하며 한국형 수직농장 기술력을 입증했다. 단순 스마트팜 시설 수출이 아닌, 품종·재배·운영·유통을 아우르는 통합 설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 밖에도 말레이시아·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에너지 절감형 딸기 수직농장 구축과 운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전무는 “딸기 중심의 수직농장 운영 경험과 품종 개발 역량을 기반 삼아 향후 다양한 고부가가치 작물로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작물별 생육 알고리즘과 환경제어 데이터를 통합한 스마트 재배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이진랑 | 사진 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