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10명 중 8명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농민은 남성에 비해 주요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이 높고,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더 높았다. 농촌지역은 운동 등 주민들이 건강생활을 실천하는 비율도 도시보다 낮아 ‘찾아가는 진료 확대’와 같은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학교 스포츠재활연구소가 지난해 정부·농협의 ‘농촌 왕진버스’ 이용 농민 1만6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90대 농민 중 79.6%가 하나 이상의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 남녀 공통으로 가장 많은 질환을 앓는 부위는 허리였다. 남성의 42.3%, 여성의 42.6%가 허리 질환을 호소했다.
성별로는 여성의 유병률이 83.1%로 남성(72.8%)보다 10.3%포인트 더 높았다. 특히 여성 중에서 무릎 질환을 앓는 비율은 34.3%로 남성(28.1%)과 격차가 가장 컸다. 남성은 어깨(16.8%)와 목(6.6%) 질환을 앓는 비율이 여성보다 높았다.
연령대로 보면 50대 중년층에선 남녀 모두 ‘어깨’와 ‘목’ 질환 유병률이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허리’와 ‘무릎’ 질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70대 여성의 절반 이상(50.6%)이 허리 통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나 같은 연령대 남성(41%)보다 근골격계 상태가 심각했다. 80대 여성의 무릎 질환 비율은 44.4%로 남성(27%)의 약 1.6배에 달했다.
질환으로 농민들이 느끼는 ‘통증’도 상당했다. 여성이 특히 심각하다. 여성농이 느끼는 ‘통증 척도(VAS·Visual Analog Scale)’는 50대 4.17, 60대 4.3, 70대 4.85, 80대 5.29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고통의 정도가 커졌다. 통증 척도가 4 이상이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진통제를 복용해야 한다. 남성도 50대 3.41, 60대 3.66, 70대 4.05, 80대 4.43으로 고령일수록 상태가 악화됐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4 이상의 통증을 겪는 여성농의 비율은 69%, 남성은 55.8%였다.
이세용 연세대 스포츠재활연구소장은 “고령 여성농의 근골격계 유병률이 특히 높은 것은 농사뿐 아니라 가사 노동까지 사실상 전담하는 ‘이중 노동’ 구조의 영향이 크다”며 “접근 가능한 전문 운동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농촌 의료서비스가 열악한 점도 높은 유병률의 원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지역 건강생활 실천율은 52.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데 반해, 농촌지역이 대다수인 강원은 27.2%에 불과했다. 충북(34.9%), 충남(38.9%), 전북(35.1%), 전남(33.1%), 경북(33.5%), 경남(35%) 등 농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건강생활 실천율도 낮았다. 같은 조사에서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한다는 비율이 60대 22.1%, 70대 이상 13.8%에 불과해 고령자가 많은 농촌지역은 주민의 건강생활 실천이 더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소장은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장기간 반복 노동을 하고, 충분한 휴식이 부족해 근육과 신경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가 흔했다”며 “농촌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문 운동 프로그램과 농촌 왕진버스 같은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해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