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위원회는 24일 ‘농협 개혁 권고문’을 내놓으며, 농협의 ‘공공성’과 ‘협동조합 가치’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개혁 방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농협개혁위는 앞선 11일 당정이 발표한 ‘농협 개혁안’의 방향과 뜻을 같이하되, 감사권 등의 내부통제와 임원 선출에선 ‘협동조합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당정 개혁안과 농협 내부 개혁안이 모두 윤곽을 드러내면서 입법 과정에서 공론화와 함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 기능 강화방안 시각차=농협개혁위는 농협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이사제 도입, 준법감시위원회 도입, 감사기구 독립성 확대를 권고했다.
독립이사제는 현재 농협중앙회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지위를 격상시켜 내부통제 안건 직접 상정권 등의 고유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사회가 실질적인 경영감독 기구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이사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범농협 윤리경영 컨트롤타워인 ‘범농협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권고했다. 전원 외부 전문가(10인 안팎)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그동안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내부통제 기능을 일원화하고, 범농협 전반에 준법경영 기틀을 정착시킨다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내부통제 강화방안은 이달초 당정이 제시한 안과는 방향이 갈려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당정은 농협과 별도의 특수법인인 ‘농협감사위원회(가칭)’를 설립하고, 농협중앙회 감사위원회와 조합감사위원회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위원장 포함 상임위원 7인을 두고 위원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농협개혁위 내부에선 농협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은 필요하지만, 헌법과 ‘농협법’이 보장하는 농협의 자율성까지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데 뜻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123조 ‘농어민의 자조조직 육성과 자율적 활동 보장’ 조항과 ‘농협법’ 9조 ‘국가와 공공단체는 조합등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하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에 명시된 것처럼 조합원 출자·이용에 기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농협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위원으로 참여한 박경식 경기 안산농협 조합장은 “농협감사위원장을 정부가 임명하면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해 관치 협동조합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선 개혁위원이 한뜻으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도 25일 성명을 통해 농협감사위원회 별도 법인 설립 등 자주적인 협동조직으로서 농협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개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 입장 ‘팽팽’=개혁 논의 선상에 올라 있는 ‘중앙회장 선출 방식’에 대해선 농협개혁위도 일치된 입장을 내놓진 못했다. 다수 위원들 사이에서 현행 조합장 직선제 유지와 이사회 호선제 전환 의견이 다수로 팽팽히 갈렸다. 조합원 직선제 전환, 중앙회장 무보수 명예직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어 권고안의 부대의견으로 남겼다.
당정도 3월초 개혁안에서 ‘조합원 선거 참여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고 선출 방식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은을 못 낸 상태다.
농협안과 당정안은 공통으로 중앙회장 선거운동 방식 확대와 선거범죄 처벌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거운동 방식 확대에선 토론회, 연설회, 선거비용 인정·보전이 두안에 모두 포함됐다. 농협안은 현재 지역별 추천제로 선출되는 중앙회 조합장 이사도 후보자 경선제로 바꾸고 선거운동을 도입하는 방안을 담았다. 선거범죄 공소시효의 경우 농협안은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 당정안은 3년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나뉜다.
◆인사제도 투명성 강화, 세부 내용은 달라=인사제도 혁신을 위해 농협개혁위는 범농협 임원·집행간부 선임 기준을 강화하고, 임원 후보자 추천기구 운영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회와 계열사 퇴직 후 1년 이상 경과자는 임원 선임에서 제외하고, 상무급인 집행간부는 퇴직 후 선임이 불가하도록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인사추천위원회 외부위원 추천기관과 후보자수를 늘리고, 객관적 성과지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당정안은 중앙회장의 지주·자회사 개입·간섭 금지, 인추위 외부 위원 확대에 포커스를 뒀다. 인추위원에서 조합장수를 줄이고, 농식품부와 금융위원회 추천 인사를 포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광범 농협개혁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은 농협이 농민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협동조합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권고사항이 차질 없이 이행될 경우 농협의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해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