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제1종 가축전염병이 동시 발생하는 엄중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발생농가 피해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농가들은 농장 차단방역만으론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책임을 오롯이 농가에 지우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관련 법에 명문화하는 것을 추진하는 등 농가 책임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살처분 보상금 상한선 확대해야”=농가와 정부 간 대립각이 거센 부분은 살처분 보상금이 대표적이다.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을 보면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브루셀라병 등이 발생한 농가는 가축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해당 농장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가축평가액의 20%를 기본적으로 깎는다.여기에 소독·방역 시설 미설치, 의심 가축 미신고 등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보상금이 5∼100% 추가로 감액된다. 현행 제도가 가축전염병 발생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농가들이 전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배경이다.
생산자단체는 살처분 보상금 지급 상한을 가축평가액의 100%로 상향하고, 농가에게 징벌적 책임을 지우는 추가 감액 기준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한우협회는 발생농가가 이미 방역 위반에 따른 감액을 적용받는 상황에서 질병 발생 자체만으로 20%를 우선 감액하는 것은 중복감액이라는 의견을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해왔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해 전남 영암의 한 구제역 발생농가는 살처분 보상금이 가축평가액 대비 55%나 깎인 것은 물론 과태료까지 추가로 물었다”며 “감액과 과태료를 동시에 매기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양돈농가들도 같은 견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최근 혈장단백질 사료 오염문제가 ASF 발생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가들의 귀책사유가 없는 가축전염병 유입에 대해선 농가에 책임을 물면 안되고, 오히려 손실 본 부분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접종 부작용 피해 인정 기한 연장해야”=한우협회는 구제역 백신접종 부작용에 따른 피해 보상 확대도 건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폐사·유산 등 백신접종 부작용을 인정하는 기한은 접종 후 2주간이다. 하지만 이를 4주로 연장하고 보상액도 현행 가축평가액의 80%에서 100%로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백신접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줄여야 농가가 방역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농가 주장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18일 가축전염병 발생에 귀책사유가 없는 농가엔 보상금을 깎지 않게 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 농가 책임성 강화=그러나 농식품부가 2월25일 발의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은 이같은 농가들의 주장과 배치돼 주목된다. 해당 개정안에는 방역수칙을 고의로 위반해 전염병을 확산시킨 농민에 대해 국가가 지출한 방역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손해배상청구권’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주요하게 담겼다. ‘고의 위반'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농가 책임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축전염병이 발생한 농가가 이동제한 명령을 어기고 다른 지역에 가축을 판매해 전염병이 확산한 사례가 있었다”며 “해당 농가에 책임을 물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게 하고자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