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환율로 축산농가도 한계상황에 내몰렸다. 정부가 편성 추진 중인 25조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축산업계의 경영 부담 경감을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농협경제지주는 추경안에 축산부문 2856억원을 반영해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농협경제지주가 핵심적으로 꼽은 것은 사료 원료 구매자금 확대,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지원, 취약노인계층 국산 유제품 지원 세가지다.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사료 원료 구매자금이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차질과 고환율이 곡물가·운항비 상승을 부추기며 배합사료 가격을 직접적으로 압박한다는 인식에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육비 가운데 사료비 비중은 축종별로 50∼60%를 차지한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기획부 관계자는 “배합사료 가격 조정을 최대한 미루며 농가 부담을 최소화했지만 올 하반기로 갈수록 사료값 인상 압력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기존 1000억원 규모인 정부 지원금을 3000억원으로 증액 편성하고, 지원 금리도 2.5∼3.0%에서 1.5∼2.0%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도축장업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는 데는 최소 400억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영연방 3개국 자유무역협정(FTA) 보완책이던 도축장 전기요금 20% 할인특례가 2024년 12월로 종료됐고, 같은 해 10월 산업용 전기료마저 10.2% 인상되면서 업계 부담이 커졌다.
충남지역 한 도축장 관계자는 “2023년 대비 전기료만 50% 가까이 올라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자동화설비 비율이 높은 곳일수록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농협은 올해 전국 도축장 전기료 부담액을 2023년 대비 410억원가량 급증한 1498억원으로 예측했다. 할인특례 종료에 따른 부담분 271억원과 전기료 인상분 139억을 고려하면 못해도 400억원의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취약노인계층 국산 유제품 지원사업엔 456억원을 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어르신 건강증진과 동시에 수요 감소, 미국·EU산 우유 관세 철폐 여파로 위축된 국산 유제품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금액은 전국 65세 이상 취약노인 22만8000명에게 격월로 다양한 국산 유제품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토대로 했다.
생산자단체도 축산업계 지원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26일 성명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사료비가 30% 이상 폭등했던 선례처럼 사료값 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며 “사료 구매자금 상환 유예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축장 전기료 할인특례 종료로 인해 인상된 도축 수수료는 축산농가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졌다”며 “이미 2025년 두차례 추경 심사 과정에서 국회 상임위원회의 공감을 얻은 사안인 만큼 즉각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한우협회·대한한돈협회도 각각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현장 현안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최근 전달했다. 한우협회는 배합사료·비료·영농자재비·방역약품 등 필수 투입재의 수급불안을 지적했다. 물가상승으로 가계 실질 소득이 줄어들면서 한우고기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점도 언급했다.
한돈협회는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으로 할당관세 등을 추진하면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피력했다.
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