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나 했더니 벌써 여름의 초입이 보일 정도로 날이 따듯해졌습니다. 땅의 생명력이 뿜어져 나오는 이 시기엔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어릴 적 저는 얼어붙은 흙을 뚫고 푸릇푸릇한 잎사귀가 올라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주말이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집 주변 텃밭으로 나가, 쪼그려 앉아 냉이를 캐곤 했습니다. 사실 그때는 흙을 파고 냉이를 캐는 재미에 따라나섰을 뿐 막상 밥상에 오른 냉이 반찬엔 젓가락이 가지 않았습니다. 달콤한 것만 찾던 아이 입맛에는 냉이 특유의 쌉쌀하고 흙내 나는 향이 영 낯설고 싫었거든요.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고보니 어느 순간 그 쌉싸름한 맛이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무겁고 피로한 몸이 본능적으로 그 맛을 찾으면서 어른들이 왜 봄마다 쓴 나물을 챙겨 드셨는지 비로소 알았습니다.
가정을 꾸린 지금 저에게 봄은 장모님이 조물조물 무쳐 주시는 ‘냉이무침’을 기다리는 계절이 됐습니다. 춘곤증으로 나른하고 입맛 없을 때 장모님의 냉이무침 한 젓가락이면 입맛이 돌고 생기가 돕니다.
약사로서 냉이의 성분에 관심을 두고 찾아보니, 제 입맛이 냉이를 당겨 했던 데에는 그럴 만한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