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있던 유산균은 장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환경을 맞게 된다. 그런데도 김치 유산균은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떻게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걸까. 국내 연구진이 김치 유산균이 장 속에 들어간 뒤 어떤 식으로 기능을 전환하며 건강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지 처음 확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유산균이 환경에 맞춰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 적응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세계김치연구소 지능형발효연구단의 김연비·김유진 학생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공동 교신저자로는 원태웅 단장과 오영준 박사, 이도엽 서울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그동안 김치 유산균이 장 건강에 좋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지만, 김치의 산성 발효 환경에서 살던 유산균이 장으로 들어간 뒤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팀은 외부 미생물을 완전히 배제한 ‘무균 김치-무균 마우스 통합 모델’을 만든 뒤, 김치 유산균을 김치 환경과 장내 환경에 각각 놓고 유전자 활동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유산균은 단순히 장소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맞춰 스스로 기능을 바꾸며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특성을 ‘전사적 유연성’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이 달라지면 필요한 유전자만 골라 작동시켜 생존·기능을 유지하는 성질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김치 환경에서는 산성과 산화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비타민과 아미노산 합성 관련 대사 경로가 활성화되며, 발효를 위한 기능이 활발해졌다.
반면 장내 환경에서는 영양 성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당 대사와 관련한 유전자 활동이 늘었고, 장 점막에 잘 붙어 살아남기 위한 세포벽 구조 변화 및 접착 관련 유전자 발현이 늘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이는 김치 유산균이 달라진 환경을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 맞는 기능으로 스스로를 바꾸며 살아간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김치 유산균이 장에서 얼마나 잘 자리 잡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더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원태웅 단장은 “김치 유산균이 장내 환경에 맞게 스스로를 바꾸며 살아남는다는 점은 김치가 ‘살아있는 고기능성 기능성 식품’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라며 “앞으로 기능성 유산균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푸드 리서치 인터내셔널(Food Research International)’에 실렸다.
윤은영 기자 very9832@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