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주도하는 농협개혁이 ‘과속 드라이브’를 한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주요 개혁방안들이 농협과 농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무거운데 이에 대한 결정은 농축협 구성원을 빼놓은 채 사실상 ‘깜깜이’로 이뤄져 공론장 마련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당정이 추진하는 농협개혁의 핵심은 범농협 감사를 총괄할 별도법인 농협감사위원회 설립과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전환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2건을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과 정부가 3월11일 당정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지방선거(6월3일) 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5월 중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해당 법안 심사에 바짝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정의 개혁안은 정부 주도로 외부 전문가 등 12명이 참여하는 농협개혁추진단에서 설계했다. 하지만 추진단 구성에 농축협 조합장이나 조합원은 배제됐고 농업계 인사도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공익법률센터 농본 관계자 3명이 참여했을 뿐이다.
1월30일 발족한 추진단이 3월초 개편안을 내놓기까지 논의 경과를 설명하는 자리나 공청회를 연 적이 없고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은 ‘일방통행’ 지적을 낳는다.
비슷한 시기 농협이 외부 인사를 포함시켜 가동한 농협개혁위원회가 3월말 자체 개혁안을 내놨지만 정부안에 반영될 공식 경로는 없는 상태다.
경기지역 한 농협 조합장은 “개혁추진단 위원들 중 농사지어서 농협에 출하 한번 해봤거나, 농협에서 일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조합장은 농민의 대변자이고, 중앙회는 조합장의 대변자인데 이들을 배제하고 외부인들이 농협개혁 문제를 마음대로 다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국회에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의 계열사 감사, 농축협 경영지도 기능 등을 외부 인사 중심의 농협감사위원회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어, 중앙회를 껍데기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를 두고도 농협 정치화, 막대한 선거 비용 등 따져볼 점이 적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이 잇따른다.
경기·충북·충남·전북·경북 지역 농축협 조합장들은 일제히 건의문을 내고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전제로 한 농협개혁을 청원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