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농협개혁 차원에서 마련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 비조합원에게도 농협중앙회장 출마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농협과 관계없는 정치인이나 일반인도 농협을 대표하는 중앙회장에 당선될 길이 열리게 된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이 1일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골자로 대표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기존 조항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자격 요건을 삭제해 누구나 회장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농협중앙회 임원의 자격과 선출 방식 등을 규정하는 현행 ‘농협법’ 제130조 1항은 ‘회장은 총회에서 선출하되, 회원인 조합의 조합원이어야 한다’는 자격 기준을 두고 있다. 여기서 ‘조합원’은 일정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고 농사를 짓는 농민 중 농축협에 출자하고 사업을 이용하는 정조합원을 가리킨다.
개정안은 이같은 자격 요건을 삭제한 채 ‘회장은 회원인 조합의 조합원이 직접 선출한다’고만 규정했다. 법안의 ‘제안이유’에 자격 요건을 삭제한 취지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해당 개정안은 ‘조합원 주권 농협’을 명분으로 조합원 직선제에 의한 중앙회장 선출을 제안하고 있지만, 농민도 아니고 농협의 주인도 아닌 이에게 농협의 대표를 맡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농협 구성원들에게 반발을 사고 있다.
농축협 조합원 약 200만명은 3월말 기준 전국 농축협 1110곳에 15조3629억원을 출자해 경제·신용 사업을 이용하고 있다. 농축협은 이를 기반으로 농협중앙회에 약 6조원을 출자하고 123조원을 예치해놨다.
이주한 농협중앙회 이사(강원 평창 진부농협 조합장)는 “농민 자율 경제조직인 농협의 대표를 농민조합원이 아닌 외부인이 맡을 수 있게 한다는 건 관치를 넘어 정치권이 개입하는 농협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회장 자격 요건 삭제는 농민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농업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농축협 발전 협의회도 7일 성명을 내고 “만약 누구나 농협중앙회장이 될 수 있다면 농업인은 결코 이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개혁 전반에 충분한 공론화 절차 보장을 요구했다.
통제 강화에만 초점을 맞춰 급하게 추진하는 농협개혁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등 국내 협동조합 중앙회 중에서 법적으로 조합원이 아닌 이에게 회장 자격 기준을 열어놓은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윤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의 핵심은 회장 선거를 조합원 직선제로 가자는 것”이라면서 “회장 자격 요건에 대해선 입법 심사 과정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해대·양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