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축협 조합장들이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했다.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장 등 현직 조합장 50여명이 참여하는 비대위는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농협개혁과 관련해 농협의 자율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첫 회의를 열고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이 최근 발의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같은 취지를 담은 성명서와 건의문을 채택했다.
비대위는 개정안의 핵심 사안으로 ▲농림축산식품부 감독권 확대 ▲과잉입법에 따른 법적 정당성 및 실효성 부족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농협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현장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농식품부가 감독 대상을 농협중앙회에서 농협 전체로 확대하고, 임원 인사추천위원회에 정부 추천 위원을 포함하도록 했다. 비대위는 성명에서 “이는 헌법이 보장한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농협을 사실상 정부 산하기관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직원 직무 정지에 관한 정부 권한을 확대하고 정보공개청구 요건을 완화한 조항도 꼬집었다. 개정안은 임직원이 특정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농식품부 장관이 직무 정지를 명할 수 있게 했다. 비대위는 이를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개정안은 조합원 1명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더라도 지역농협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회계장부·서류의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현재 조합원 100인이나 100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비대위는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는 조직 운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원 직선제’ 방식으로 선출하면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 확대로 보이지만, 오히려 농협중앙회장에게 전례 없는 권한을 집중시키고 선심성 공약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결국 농민 실익 감소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비대위는 “(조합원 직선제 도입으로) 300억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추정되며, 재정 부담 증가는 결국 농민 지원사업 축소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농식품부에 건의문을 전달하고 추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 등 정치권에도 같은 뜻을 전할 계획이다. 백성익 비대위원장(제주 서귀포 효돈농협 조합장)은 “정부와 국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농협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중심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다양한 경로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조합장들은 농협개혁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잇달아 발표했다.
하나로마트 선도조합협의회도 7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국회 심사를 앞둔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건의문을 긴급 채택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최근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들은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협동조합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