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이후 석유 유래 농자재 사용 실태가 재조명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무기질비료 사용을 낮추는 대신 가축분뇨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축산현장에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런 구상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액비 시비처방서의 유효기간을 현행 2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농촌진흥청의 ‘가축분뇨발효액(액비) 활용·분석 지침’에 따르면 액비는 비료사용처방서에 표기된 성분 분석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살포가 완료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렇다보니 영농철 액비 살포를 위해 농경지 토양검정과 시비처방서 발급 요구가 단기간 급증해 일선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제때 발급해주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현장 얘기다.
앞서 경남 A축협과 충남 B·C축협은 이같은 현장 여건에서 농민의 긴급 살포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액비를 시비처방 전에 먼저 살포했다가 살포비를 토해내야 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감사에서 지적돼 살포비 4억4900만원을 환수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가축분뇨 퇴비를 벌크로 공급해달라는 것도 현장 주문사항 중 하나다. 가축분뇨재활용신고업자는 가축분뇨 퇴비를 생산한 후 20㎏들이 포대로 포장해 경종농가에 판매한다. 경종농가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을 통해 한포대당 1500원(국비 900원·지방비 600원)을 보조받아 해당 퇴비를 구매·사용한다. 그런데 규정상 해당 비료는 10·15·20㎏들이 포대 또는 톤백(500·1000㎏)으로만 공급할 수 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농가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같은 취급 중량 제한은 가축분뇨 퇴비의 사용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라면서 “‘즉시 살포하는 퇴비’에 대해서만이라도 벌크 판매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퇴비유통전문조직에 한정된 퇴비 살포비 지원대상을 가축분뇨재활용신고업자로 넓혀 퇴비 공급·살포 서비스를 경종농가에 일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수 가축분뇨 퇴비는 별도로 관리해 우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비료 공정규격 설정'에 따르면 가축분뇨 퇴비는 가축분뇨를 50% 이상만 사용하면 되고, 음식물류 폐기물을 원료로 쓸 수 있다.
이경용 친환경축산조합장협의회장(충남 당진낙농축협 조합장)은 “음식물류 폐기물을 원료로 쓰면 냄새가 심해 가축분뇨 자원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할 수 있다”며 “가축분뇨를 70% 이상 사용한 고품질 순수 가축분뇨 퇴비에 대해 한포대당 100원의 별도 보조금을 지원한다면 도시민은 물론 염분 피해를 우려한 경종농가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는 6일 경기 안성 농협안성팜랜드에서 개최한 2026년 친환경축산조합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협의회 차원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퇴액비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면서 “현장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