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도깨비처럼 바뀌는 요즘엔 좀처럼 봄 기분을 내긴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봄꽃이 피고 지는 이맘때면 저는 늘 같은 장면을 떠올립니다. 봄 햇살을 맞으며 어머니와 함께 집 앞 뜰이나 논둑으로 쑥을 캐러 가던 기억입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저는 봄이면 냉이·달래·두릅·쑥처럼 계절의 기운을 가장 먼저 품은 식물을 한아름 캐오곤 했습니다. 지금도 향부터 맛까지 기억이 가장 선명한 것은 ‘쑥’입니다. 쑥을 요리에 쓰려면 많은 양이 필요해 오랜 시간 캐기도 했고, 다른 봄나물은 주로 반찬에만 머무른다면 쑥은 국·떡·버무리 등 각종 음식을 넘나들며 한 끼를 든든히 채워줬기 때문입니다.
쑥은 예로부터 식탁과 약방을 오가던 식물입니다. 전통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계절이 바뀌는 시기 흐트러진 몸의 리듬을 다독이는 풀로 여겨졌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도 쑥류에는 플라보노이드·폴리페놀·클로로겐산 등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이 들어 있어 항산화·항염 측면에서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이 물질들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손상을 방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영양 면에서도 쑥은 봄철 식탁에 반가운 식재입니다. 향이 강해 입맛을 돋워줄 뿐 아니라 칼륨·칼슘·철분·베타카로틴 같은 영양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제철 식단을 꾸릴 때 다양한 영양소를 보태는 든든한 아군입니다.
특히 이른 봄의 어린 쑥은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 국·떡·버무리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쑥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고 입맛이 살아나는 이유가 꼭 향긋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