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 발의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두고 농업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축협 조합장들은 농협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는 개정안을 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농협중앙회는 9~10일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871명 중 90% 이상이 3월11일과 4월1일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조합장들은 ▲농림축산식품부 직접 감독권 확대(96.8%) ▲농협 감사위원회 외부 독립기구 설치(96.4%)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96.1%) 등 주요 쟁점에도 반대 뜻을 보였다.
주관식 응답에선 “입법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은 협동조합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번 조사 결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에서 일관된 흐름을 보였다. 이는 이번 결과가 일부의 불만이 아닌 농업 현장 전반의 구조 문제 인식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가기간산업인 농업을 지탱하는 농협 조직이 감독·규제에 묶여 전문성과 유연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합장들은 ‘속도전식 입법’보다는 ‘내실 있는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정안 시행 시 농협이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해 농민 지원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들은 “개혁의 성패는 현장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에 달려 있지만, 현재 방식은 소통을 생략한 채 규제 일변도의 결론을 정해놓고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농협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통제가 아닌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농업 현장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설문 결과는 개정안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협의 발전을 위해 공청회 등 현장과 충분한 소통을 거친 합리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