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기질비료(화학비료) 의존도를 낮추고 가축분뇨 퇴액비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무기질비료는 대부분 원료를 수입해 만든다.
현장에선 정책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엔 회의감을 드러냈다. 기대한 효과를 제대로 얻으려면 농가들의 토양검정 참여율을 높이고 퇴비를 운반·살포하는 장비·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촌진흥청·지방정부·농협 등과 무기질비료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점검했다. 가축분뇨 퇴액비와 완효성비료로 무기질비료를 대체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농식품부는 16일엔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대한한돈협회 등과 ‘가축분뇨 퇴액비 활용방안 혁신 간담회’를 열고 시비처방 방식 고도화 등의 과제를 짚었다. 같은 날 농촌진흥청은 전북 전주 농진청 농업과학도서관에서 ‘가축분뇨 발효액 공정규격 개정안 전문가 회의’를 열어 가축분뇨 액비 양분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정부 대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쪽에선 투입규모와 인력난을 주목한다. 학계 관계자 A씨는 “무기질비료를 가축분뇨 퇴액비로 대체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투입량과 노동력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무기질비료는 10a(300평)당 20㎏만으로도 필요한 양분을 공급할 수 있지만, 가축분뇨 퇴액비는 같은 효과를 내려면 2t을 투입해야 한다. 20㎏들이 100포대를 쏟아부어야 하는 셈이다.
시기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퇴비는 파종이나 아주심기(정식) 2주 전 토양에 뿌린다. 전국적으로 농번기가 비슷한 우리나라 농업 특성상 살포 기간은 단기간(1∼2개월)에 집중된다. 업계 관계자 B씨는 “퇴비 2t을 살포하기 위해선 운반용 트럭에다 별도의 살포 장비가 필수고 인력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퇴비 품질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비료공정규격에 따르면 퇴비는 유기물 함량과 수분 등 기본 기준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원료와 제조 방식, 발효 상태 등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A씨는 “퇴비를 질소·인산·칼륨 등 주요 양분 함량에 대해 무기질비료처럼 일정하게 맞추는 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효과도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본래 퇴비가 유기물 보충을 통한 토양 개량을 목적으로 사용돼온 만큼 양분 공급 효과를 정량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양·하천 환경 측면에서도 의문이 따른다. A씨는 “가축분뇨 퇴액비는 인산 함량이 높아 사용량이 늘어나면 토양 내 인산이 축적될 수 있다”면서 “국내 토양의 적정 인산 함량은 550ppm이나 실제로 전국 밭 토양은 657ppm, 시설재배지는 1053ppm을 넘는다”고 했다. 이어 “인산이 과다하면 다른 양분 흡수를 저해해 작물 생육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고, 비가 오면 하천으로 흘러들어 부영양화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기대했던 성과를 얻으려면 ▲농가들의 토양검정 참여 확대를 통한 정밀 시비 정착 ▲퇴비 운반·살포 장비·인력 지원 ▲시비처방 절차 간소화 등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농식품부 축산환경정책과 관계자는 “가축분뇨 퇴액비가 무기질비료 사용을 대체하는 부분에서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현장에서 우려하는 점은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