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농협의 자율성을 빼앗으면 그것은 개혁이 아닌 개입입니다!”
21일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조합원 2만여명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 모여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치 감독을 즉각 중단하고, 중앙회장에게 권한을 과도하게 집중시키는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중단하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당정이 농협개혁을 강조하며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농협 전담 독립감사기구 설치 등을 뼈대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내놓고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전 입법과제로 급하게 밀어붙이자 각지 농민 조합원들은 이날 서울에 집결해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헌법과 ‘농협법’이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농협을 정부 산하기관으로 취급하며 관 주도로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움직임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다. 이들은 당정의 ‘농협법 개정안’이 ‘조합원 주권’을 내세우면서도 현행법에 명시된 농협중앙회장의 자격요건을 삭제함으로써 사실상 비조합원에게까지 농협중앙회장 출마가 허용될 수 있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결의대회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김향숙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 문재용 한국새농민중앙회장, 박민숙 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장, 김필운 고향주부모임중앙회장, 박혜진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 회장 등이 함께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농협개혁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만희(경북 영천·청도)·김선교(경기 여주·양평)·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서천호(경남 사천·남해·하동) 의원 등이 참여해 농민들의 뜻을 확인하고 지지했다.
참가자들은 농협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당정이 즉각 철회하고 현장 중심의 진정한 개혁을 추진하라며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헌법이 보장한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치 감독 중단 ▲무죄추정의 원칙을 파괴하고 조직 행정력을 마비시키는 독소조항 폐기 ▲자회사 지도·감독권 존치 ▲농민 부담을 가중하는 비효율적 감사기구 신설안 철회 ▲정치적 포퓰리즘에 기댄 중앙회장 선출 방식 변경 시도 중단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장 등 현직 조합장들로 구성된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같은 결의문을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비대위원들은 졸속 개혁안 추진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동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경식 경기 안산농협 조합장은 “가장 바쁜 영농철에 농민들이 여의도에 모인 이유는 관치 농협이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속도전식 입법이 아닌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를 통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