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졸속 입법 반대한다” “자율성 수호한다” “관치농협 반대한다”
농축협 조합원·조합장들이 국회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공동선언식’을 열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당정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28일 오전 9시부터 열린 선언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조합원·조합장 500여명이 참여해 농촌 현장과 충분한 교감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농협법 개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현장에는 국민의힘 소속 김선교·이만희·정희용·한기호·김형동 의원도 함께했다.
이번 선언식은 정부·여당이 절차적 정당성을 어기면서 농협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농협개혁을 추진하는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진행됐다.
정부 농협개혁추진단의 의견을 담아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할 안건으로 올라 있다. ‘농협법 개정안’은 상임위 전체회의를 건너뛰어 법안소위로 곧장 회부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났다는 지적에도 논의가 속도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날 참여 농민들은 농민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농협 자율성 침해하는 관치 감독 즉각 중단 ▲법적 안정성 해치는 독소조항 폐기 ▲농협중앙회의 자회사 지도·감독권 존치를 통한 협동조합 정체성 수호 ▲비효율적 독립감사 기구 신설안 철회 ▲무리한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변경 시도 중단 등 5개 사항을 국회에 요구했다.
오흥석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비대위원장(경남 하동 지리산청학농협 조합장)은 “농협 구성원들은 농협을 향한 국민의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일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현재 추진되는 농협법 개정은 농협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각종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만큼 공론화 절차를 거쳐 현장에 기반한 진정한 개혁 추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조합장과 함께 자발적으로 상경한 농민들도 200여명에 달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원예농산물을 시설재배하는 한 농민은 “농협 밖에 있는 이들이 농협이 잘못됐다며 좌지우지하는 현 상황이 우스우면서도 슬퍼서 새벽 5시에 출발해 서울에 왔다”며 “많은 농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농협에 깊숙이 개입하려는 이 상황을 모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농협중앙회의 잘못된 부분을 도려내자는 데 어느 조합원이 반대를 하겠냐”면서도 “도려내더라도 공청회 등을 통해 조합원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해야 하는 것이고, 지금처럼 농민들이 농협에 원하는 사안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채 농협만 흔드는 일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경북 영덕에서 상경한 여성농 김명란씨는 “한창 바쁜 시기 잠시 손을 멈추고 이 자리에 온 것은 정부·정치권이 농민과 상의없이 밀어붙이는 농협법 개정에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라며 “농촌은 지금 고령의 선배 농민들만 남고, 일손은 부족하고, 빚은 늘고, 비료·농약값은 매일 오르는데, 이런 현실은 나몰라라 하고 농협 구조를 바꾸는 데만 정신이 팔린 정부와 정치권은 보여주기식 개혁을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을 찾은 야당 의원들은 이번 농협법 개정 추진을 ‘농협 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졸속 입법 강행을 저지하는 데 함께하겠다고 했다.
김선교 의원은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농협법 개정안’은 개혁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벗기면 농업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한 채 특정 세력이 지배력을 높여 농협을 장악하려는 시나리오로 가득하다”면서 “외부 인사 중심으로 수백억원 소요될 감사기구와 준비없는 직선제 등은 농민지원사업 축소를 불러와 ‘권력은 위에서, 청구서는 농협에’ 떠넘기는 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만희 의원도 “정부와 여당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졸속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특정 세력과 정치 세력이 농협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농협 부정부패 척결과 감사 기능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감사기구를 외부에 두고 정부와 각 사회단체가 위원을 임명하는 것은 정부가 사사건건 감사위를 통해 농협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그게 곧 관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먹거리 생산과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 온 농협이 자율성·독립성을 갖고 일하고 비리·부패를 걸러내도록 현장 의견을 반영한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언식 직후 조합원·조합장들은 농해수위원장실에 공동선언문을 전달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