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값도 낮은 데다 지역에 도축장마저 없다보니 염소를 키워도 팔 길이 막막합니다.”
경기 화성시 효행구 매송면에서 염소 100여마리를 사육하는 박원길씨(64)는 도축시설 부재로 인한 판매 어려움을 호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염소 취급 도축장은 23곳, 이 중 염소 전용은 11곳에 불과하다. 특히 경기지역엔 합법적인 염소 도축장이 단 한곳도 없다.
성남시 중원구에 자리한 모란민속5일장 인근에서 운영되던 이동식 도축장이 2024년 문을 닫으면서 도내 도축 기반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 때문에 경기권에서 사육하는 염소는 충북 청주·충주·제천 등지로 옮겨 도축된다.
농가들은 염소 판로난에 처했다. 때마침 수원축산농협(조합장 장주익)이 4월15일 경기 남부 최초로 가축시장에서 염소 경매를 시작했지만, 출하된 60마리 가운데 24마리만 최종 낙찰됐다. 박씨는 “이곳에서 낙찰받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도축해야 하니 도매상의 경매 참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바로 도축해 고기 등으로 가공할 수 있는 중량 50~60㎏ 염소가 대거 유찰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안성을 거점으로 염소 유통업을 하는 김성용씨(34)는 “경기지역에서 매집한 염소를 청주까지 실어 가 도축한 다음 다시 소비지인 경기지역으로 가져오고 있다”며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고 이동 과정에서 신선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산 염소고기 소비처 역할을 해온 모란민속5일장 상황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도축장을 중심으로 국산 염소고기 유통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지금은 외국산 염소고기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 상인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염소고기 대부분이 수입육”이라며 “국산은 공급물량이나 가격이 일정하지 않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축할 곳이 부족하다보니 밀도축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염소가 도축장에서 도축되는 비율을 56.9%로 추정한다. 40% 이상이 제도권 밖에서 처리된다고 보는 셈이다.
농가들은 “소규모로 도축이 필요해도 제대로 된 도축 인프라가 없다보니 불법에 가까운 방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염소가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성=길다래 기자 kildar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