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주민과 도시민의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농촌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한 이들은 2024년보다 4.2%포인트 감소한 26.2%로 조사됐다. 도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도시농협의 역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도시민들에게 친숙하지만 낯선 ‘도시농협’. 그 의의와 주요 활동을 네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도시농협은 특·광역시나 인구 30만명 이상의 시에 주된 사무소를 둔 조합을 말한다. 농협중앙회는 이 중 총자산이 5000억원 이상인 곳을 도시농협으로 규정한다.
농협은 농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설립 목적으로 삼는 만큼 농업·농촌 비중이 적은 도시지역 농협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된다.
하지만 도시농협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 기능이다. 농촌농협에 비해 관내 농민수는 적지만 준조합원을 대상으로 신용사업을 확대해 얻은 이윤을 농촌에 환원하며 존재 의의를 다진다.
특히 다양한 자금이 무이자로 지원되는 경우가 많아 농촌농협 경영안정화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도농상생기금이 대표적이다. 도시농협은 2012년부터 도농 균형발전을 위해 신용매출 일부를 출연해 도농상생기금을 조성해왔는데, 지난해말까지 적립된 금액이 8405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농촌농협이 농산물 판매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무이자자금도 지원한다. 지난해 이렇게 8208억원을 지원했다.
농촌주민에게 실익을 주는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하다. 일례로 서울 강남농협(조합장 이종호)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농촌 가정의 중증질환 어린이·청소년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희망이음 의료지원 사업’을 2015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266명이 13억원 상당의 혜택을 받았다.
도시농협은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도시민에게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리는 매개체 역할도 수행한다. 농촌농협과 협약을 맺어 매장에 직거래장터를 열거나 우리쌀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인다. 경남 진주서부농협(조합장 류재수)의 경우 4월 하나로마트에서 산청지역 농민이 생산한 봄나물을 판매하는 특별 매대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산청은 지난해 대형 산불과 폭우가 연이어 덮치며 지역농가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농협중앙회는 매년 전국 도시농협과 초우량농축협을 대상으로 도농상생 공동사업 참여도, 농축산물 판매 촉진활동 등을 평가해 ‘도시농축협 역할지수+(플러스)’ 시상을 한다. 3월 열린 시상식에선 서울 영등포농협(조합장 백호)이 대상을, 서울 남서울농협(〃안용승)과 경기 성남농협(〃이형복)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백호 조합장은 “농촌농협이 현장에서 어려운 역할을 맡으며 국민 신뢰를 얻었기에 도시농협이 안정된 운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농협이 농협의 본질인 판매사업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며 “영등포농협은 산지 농협의 경제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5년 안에 하나로마트 점포를 12곳에서 2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