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심화하고 중동발 공급망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가축분뇨 퇴액비가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축산업계에선 가축분뇨 퇴액비 사용을 확대하려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넘어, ‘가축분뇨 이용촉진법(가칭)’을 제정하는 등 이용 촉진을 법제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가축분뇨 사용·처리를 규정하는 법률은 2006년 제정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이다. 가축분뇨 자원화와 적정 처리를 통해 축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환경을 보전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으로 해당 법이 집행되면서 본래 취지를 상실했다는 게 축산단체 시각이다. 가축분뇨 이용 확대가 아닌 단속·처벌 중심 규제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간 축산단체는 ▲주거시설 100m 이내 살포 금지 ▲로터리 작업 등 의무화 ▲살포면적 규제 ▲복잡한 신고·보고 절차 ▲지방정부별 다른 처벌 기준 등 ‘가축분뇨법’상 액비 살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경축순환농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법 개정 필요성을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지난해 12월,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이 올 2월 ‘가축분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배경이다.
축산업계에선 대내외 여건 변화로 경축순환농업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가축분뇨법’ 개정만으론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 의무화, 자원화 촉진 계획 수립, 탄소저감 지원 등을 담은 별도의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기홍 대한한돈협회장은 “최근 십수년간 축산농가는 규제·처벌 중심의 관리체계 속에서 자원화의 길을 찾지 못해 고통받아왔다”며 “실질적으로 이용을 촉진할 수 있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규제 완화 촉구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영수 자연순환농업협회장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비처방기준과 2020년 대비 79% 삭감된 올해 기준 액비 살포비 지원금은 가축분뇨 퇴액비 이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돈협회는 8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에 시비처방서를 개선해줄 것을 공식 건의했다. 액비에만 적용되는 토양분석 절차를 농진청 ‘흙토람’ 3년간 평균 정보로 대체하는 등 간소화하고 ‘비료관리법’에 따라 제한된 최대 살포량을 여건에 따라 증량할 수 있도록 관련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액비 성분 분석 유효기간을 2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연장하는 것도 포함했다.
관련 정부부처는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인정하면서도 액비 사용 확대엔 신중한 견해를 고수 중이다. 토양 환원 중심 처리 방식이 물리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후부에 따르면 가축분뇨 일일 발생량은 평균 13만7100t이고, 이 중 83.8%가 퇴액비로 처리된다. 국내 토양 질소 수지는 1㏊당 19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 인 수지는 42㎏으로 2위다. 한국은 농경지 단위면적당 양분과잉이 심한 국가 중 하나라는 게 기후부 측 얘기다.
장재훈 기후부 수질수생태과 사무관은 4월30일 ‘가축분뇨 자원화 촉진과 이용 다각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가축분뇨는 더이상 폐기물이 아닌 자원”이라면서도 “토양에는 정밀 시비를 통해 필요한 양만 살포하고 나머지는 바이오가스·고체연료 등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환경당국의 핵심 정책방향”이라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