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죠. 그런데 토양검정 결과와 전문가를 믿고 액비를 써보니 무기질비료(화학비료) 없이도 농사가 잘되더라고요. 냄새도 안 나고 경영비 부담도 크게 줄었습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무기질비료 원료 수급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가축분뇨 퇴액비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양분과잉 토양에서 무기질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액비만으로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하는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강원 횡성의 1만6528㎡(5000평) 규모 시설하우스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홍순갑씨(55)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무기질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홍씨는 2022년 횡성군농업기술센터의 권유로 2645㎡(800평) 시설하우스에서 액비만을 비료로 사용했다. 횡성군농기센터는 그해를 시작으로 ‘가축분뇨 퇴액비 활용 경축순환농업 실천모델 현장실증’ 사업을 통해 시설원예농가 대상 토양검정 기반 비료 처방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홍씨는 이후 적용면적을 매년 꾸준히 늘려 2025년부터는 재배면적 전체로 확대했다. 그는 “예전엔 토양검정 결과 항목 대부분에서 양분 과다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은 인산·전기전도도(EC)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상 수준으로 개선됐다”면서 “인근 양돈장에서 생산한 액비를 지난해 424t 사용했는데 인산 함량이 낮아 연작장해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특히 경영비 절감 측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씨는 지난해 액비를 8t씩 53차례 공급받았는데 운반비로 총 53만원을 지출한 게 전부였다. 홍씨는 “액비가 아닌 무기질비료를 사용했더라면 구매비만 연간 1300만원이 들었을 것”이라면서 “비료값 96%를 절약했다”고 했다. 그는 액비 사용 만족도가 높아 액비 유통전문조직(액비 살포 업체)에 자발적으로 운반비를 지불하고 있다.
액비로만 농사가 가능한 배경에는 국내 농경지의 양분과잉 상태가 자리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농경지의 화학비료 사용량은 1㏊당 313.2㎏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두번째로 많다.
최현식 횡성군농기센터 과학영농팀장은 “최근 액비 여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즐 막힘 문제가 크게 줄어 시설재배 작물에 관주가 가능해진 것도 이같은 성공 사례를 낳는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지 재배로도 액비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액비 활용 확대에 나섰다. 농진청은 12일 관련 고시를 개정해 액비의 질소(N)·인산(P)·칼륨(K) 성분 합계 기준을 현행 ‘0.3% 이상’에서 ‘0.2% 이상’으로 완화했다. 기준 완화로 액비 생산·보급이 활성화할 것이란 게 농진청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06년부터 액비 유통전문조직을 대상으로 살포비(운반비 포함)를 지원 중이다. 살포비는 가축분뇨 자원화조직체 운영실태 점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올해 지원단가는 1㏊당 평균 20만원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든 농경지에서 무기질비료 없이 액비만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농진청 관계자는 “액비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작물이 고사하거나 염류집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액비 활용에 앞서 반드시 토양검정을 시행하고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적정 시비량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횡성=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