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구 달서구에 있는 ‘청도축산농협 한우프라자 본리점’은 점심식사를 하러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고객이 1층에서 직접 쇠고기를 구매한 뒤 2층 셀프 매장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구조다. 이날 매장을 찾은 윤지민씨(30)는 “청도에서 바로 올라온 쇠고기라 그런지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한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우프라자 본리점은 몇년 전 대구 성서농협(조합장 도이환)의 금융점포였다. 성서농협은 점포 이전으로 생긴 공간을 도농상생 공동사업을 통해 경북 청도축산농협(조합장 최위호)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도이환 조합장은 “공동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 실적이 성서농협의 경제사업 이용 실적으로도 반영되지만, 더 큰 성과는 농협 본연의 상생·협동 정신을 실천했다는 것”이라며 “도시농협은 단순히 금융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 농업·농촌 가치를 도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위호 조합장은 “성서농협에서 공간을 제공해준 덕에 청도축협 조합원들이 안정적인 판로를 얻었다”며 “3월에 매장을 연 이후 매출도 상승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도농상생 공동사업은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이 공동투자해 경제사업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유형은 ▲공동운영투자 ▲단순지분투자 ▲조공법인 설립 ▲조공법인 가입 ▲유통채널 제공 등 다섯가지로 나뉘며, 성서농협과 청도축협의 사례는 유통채널 제공형에 해당한다.
도시농협은 일반적으로 관내 농민이 적기 때문에 신용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농협의 핵심 역할인 경제사업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이런 점에서 도농상생 공동사업은 도시농협이 농촌농협과 협업해 경제사업을 확대하면서 농협의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크다.
도농상생 공동사업은 매년 규모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공동사업을 개시한 사업장은 2022년 2곳에서 지난해 52곳으로 늘었다. 올해도 2개 사업장이 운영을 시작해 3월말 기준 54건의 공동사업이 추진 중이다. 1개 사업을 여러 농축협이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 54개 사업에 도시농협 74곳, 농촌농협 177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단순지분투자형이 22건으로 가장 많고, 조공법인 가입형(14건), 조공법인 설립형(12건), 유통채널 제공형(4건), 공동운영 투자형(2건)이 뒤를 잇고 있다. 투자규모는 1653억원에 달한다.
단순지분투자형의 대표 사례로는 경기 광명농협(조합장 최인락)과 전북 완주 고산농협(조합장 손병철)의 사업이 꼽힌다. 광명농협은 2024년 고산농협이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세울 때 3분의 1가량의 지분을 투자했다. 광명농협 조합원들은 13일 고산농협을 방문해 딸기 수확체험을 했다. 공동사업이 농협간 관계를 다지는 마중물 역할도 하는 단면이다.
공동운영 투자형은 투자와 운영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광주광역시 서광주농협(조합장 문병우)과 전남 화순 능주농협(조합장 노종진)은 2023년 화순에 로컬푸드직매장을 열었다. 서광주농협이 총사업비 85억원 가운데 30억원을 투자하고, 매장을 함께 운영한다.
지난해 울산 농소농협(조합장 정성락)이 경남 창녕군원예조합공동사업법인에 6000만원을 출자한 것(조공법인 가입형)이나 도시농협에 해당하는 강원 원주농협(조합장 원경묵)과 판부농협(조합장 배경수)이 원주 내 농촌농협 4곳과 함께 원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을 설립한 일(조공법인 설립형)도 대표적인 사례다.
농협중앙회는 이런 도농상생 공동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이자 자금을 최대 200억원(투자금의 80% 및 도시농협 투자금 이내)까지 지원한다. 사업 운영 자금이나 손실보전자금도 별도로 공급하고 있다.
대구=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