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을 명분으로 한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의 내용 가운데 기존 법·제도와 상충하는 요인들이 곳곳에서 돌발하고 있다. 현행 ‘농협법’과 모순되는 내용은 물론 상호금융의 근간인 ‘신용협동조합법(신협법)’, 국가 최고법인 헌법과도 엇박자를 내는 조항을 포함했다는 비판과 우려가 이어진다.
외부 농협감사위원회 설립과 농협중앙회의 회원 농축협 감사 권한 삭제 문제가 ‘농협법’ 내부 조항 및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 지점이 많은데도 법 개정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12일 열린 국회 ‘농협법 개정안’ 공청회에선 개정안에 담긴 독립 농협감사위원회 설립 계획이 ‘신용협동조합법’과 부딪힌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받았다.
‘신협법’ 제78조는 협동조합 중앙회에 회원 조합의 신용사업에 대한 검사·감독 기능을 부여하고, 제96조는 금융위원회가 중앙회에 조합 업무 검사 등 일부 권한을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와 계열사뿐 아니라 농축협에 대한 감사 기능도 외부 감사 법인이 맡도록 해 기존 법 체계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청회에서 의견진술한 이진산 농협 미래전략연구소 국장은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회원 조합의 신용사업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신설될) 농협감사위원회와 별도로 수행해야 하므로 업무의 비효율 구조가 발생하고, 상호금융업 감독체계에도 혼란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부 협의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는 데다, ‘신협법’의 이 조항이 신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 다른 협동조합에는 그대로 적용돼 논란과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중앙회 고유의 기능인 회원 조합 감사권을 외부로 옮기는 것을 두고도 협동조합 기능 약화와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농협법 개정안’은 농식품부가 농협중앙회에 위탁한 조합 감독권을 외부 법인에 주고, 농협중앙회 사업 내용을 규정하는 ‘농협법’ 제134조에선 ‘회원에 대한 감사’를 삭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같은 법 개정이 현실화하면 수십년에 걸쳐 안정화한 기존 제도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 측은 ‘회원에 대한 감사’는 농식품부 감독권과는 별개로 1961년 창립 당시 부여된 기능으로 이를 삭제하면 농축협 사업지원과 경영지도라는 중앙회 근본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기획실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농협중앙회에 위탁한 것은 일상감사와 직원 위법행위에 대한 조치 요구권이고, 이와 별개로 농협중앙회에는 회원 조합 업무와 회계의 적법성 등을 지도하는 감사 권한이 줄곧 있었다”며 “정부가 공적 감독권을 행사해 틀을 잡고, 중앙회는 내부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협동조합의 기본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의 ‘효율성’ 문제도 함께 대두된다. 중앙회는 회원 감사에서 적발된 사안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사고예방, 자점감사(일일감사·수시감사·특명감사), 내부통제 이행 점검 등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조밀하게 가동한다. 감사권이 외부 법인에 이관될 경우 전산감사 관련 데이터 접근 제한, 보안 규정 적용에 따른 정보제공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조감위)는 전산감사 실시간 탐지 기능을 통해 총 72만5261건의 이상 징후를 탐지했고, 763건을 지적해 사고를 차단했다.
1500억원으로 추산되는 농협감사위원회 설립·운용 비용도 논란거리다. 현재 농축협 감사를 담당하는 농협중앙회 조감위의 감사 인력은 약 250명이지만 범농협 감사를 도맡는 농협감사위원회에는 최소 500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인사·총무·회계·법무 등 경영지원 조직과 사옥, 별도 전산시스템 등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비용문제가 불거지자 대안으로, 인력은 농협중앙회가 파견하는 형식으로 하고, 사무공간과 필요한 시설 등도 농협중앙회가 준비하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개정안에 넣을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감독권을 갖고 있는 농식품부가 정기·특별 감사를 철저히 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미비점들은 개선하는 방식으로 감사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정부와 민간의 정상적인 역할 분담 구조”라면서 “감사 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라면 감독과 보완을 강화하면 되지, 체제 자체를 발겨서 경쟁력을 후퇴시킨다면 개혁의 실익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