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파는 카페에 가면서도 ‘차 한잔 하지’ 하는 우리들의 무의식에는 ‘어떤 차’가 숨어 있을까?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도 차 마시는 일이 트렌드가 된 가운데, 대한민국과 세계에서 즐겨 마시는 다양한 차를 만나본다. 생활 속에서 차를 맛있게 마시는 요령과 다구 관리법도 함께 소개한다. 이 기사는 ‘디지털농민신문’에서 한발 앞서 만날 수 있다.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가 새 메뉴로 녹차 블렌드 티를 내놓고, 편의점 냉장 코너에도 다양한 차 음료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월, 갓 수확한 햇차가 본격적으로 찻잔에 오르는 요즘, 우리 녹차와 관련된 게시물도 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씁쓸하게 여겼던 녹차에 숨겨진 매력과 맛을 찾아보자.
‘티백’으로 익숙한 녹차, 본 모습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가지 짚고 가자. 마트에서 파는 가공 녹차나 티백과 지금 이야기하려는 잎차는 같은 찻잎에서 나왔지만 형태가 다르다.
잎차는 찻잎을 온전한 모양 그대로 덖거나 쪄서 말린 것이다. 물에 넣으면 잎이 천천히 펴지면서 향과 맛이 서서히 우러난다. 티백은 찻잎을 잘게 부수거나 분쇄해 망 안에 넣은 것이다. 표면적이 넓어 빠르게 우러나는 대신 섬세한 향미는 줄어든다. 균일한 맛을 빠르게 내는 데 최적화됐다.
한국 녹차는 수확 시기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4월 20일 무렵 곡우(穀雨) 이전에 딴 가장 어린 첫 싹이 우전(雨前), 곡우부터 입하(立夏) 사이가 세작(細雀), 그 이후가 중작과 대작이다. 수확이 늦어질수록 잎이 커지고 맛이 진하며 강해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티백 제품은 대체로 중작·대작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 차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까
한국 녹차는 고온의 솥에서 찻잎을 익히는 ‘덖음(부초차)’ 방식을 주로 쓴다. 다례학당 설예원의 이림 원장(한국차문화협회 전북지부장)은 “덖음 과정을 통해 찻잎의 수분을 증발시켜 풋내를 날리고, 폴리페놀의 산화를 방지해 차 본연의 진한 향과 색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증기로 쪄서 만드는 증제(蒸製) 방식의 녹차도 있다. 색이 선명하고 청량한 느낌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웃 국가 일본 센차(煎茶)도 이 증제 방식으로 만들어 감칠맛(우마미)이 짙고, 상대적으로 초록빛이 진하다. 덖음차와 증제차는 어느 한쪽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 제조 방식이 달라 맛의 방향 또한 다른 것일 뿐이다.
카페인 있지만 손이 안 떨리는 이유
차에는 테아닌 성분이 풍부하다. 카페인과 함께 작용해 각성시키되 불안감을 만들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람도 녹차 앞에서는 편안한 이유다.
테아닌은 차나무에서만 발견되는 아미노산이다. 이 원장은 “겨울 동안 뿌리에 모인 영양소가 봄 가지로 올라와 첫 싹을 틔울 때 채엽한 어린잎에 테아닌이 가장 많다”며 “햇빛을 강하게 받으면 테아닌이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으로 변하므로, 일찍 수확한 찻잎일수록 떫은맛 없이 달콤하고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녹차에 카페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햇녹차 한잔(1.5g·100㎖)에는 평균 약 3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일반 성인 기준 하루 권장량(400㎎)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 하루 2~4잔은 무리가 없다.
다만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오후 이후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고, 빈속에 마시면 위 점막을 자극해 속이 쓰릴 수 있으니 식후 30분~1시간 뒤가 가장 무난하다. 또한 임산부라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고 섭취 여부를 결정하자.
어디서, 얼마에 살 수 있나
햇녹차를 처음 시작한다면 세작부터 권한다. 우전 가격보다 50~70%가량 저렴하면서 봄 어린잎의 부드러움은 충분히 담겨 있다. 세작 30g 기준으로 대략 1만원대 후반에서 4만원대면 좋은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브랜드 회사의 상품부터 지역 공동판매장이나 개인 다원에서 구할 수 있다.
행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년 5월 열리는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나 ‘보성 다향대축제’, 서울 코엑스 등에서 열리는 ‘한국차문화대전’에서 시음하고 구입해보는 것도 좋다. 처음부터 대용량을 구입하기보다 작은 용량으로 시험하며 취향을 찾아보자.
“내가 우리면 떫던데…” 이렇게 해보세요
녹차를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끓는 물을 바로 붓는 것이다. 온도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떫고 쓴맛을 내는 카테킨과 카페인은 80℃ 이상에서 잘 우러난다”며 “담담하고 단맛을 원하면 60℃, 달콤함에 약간의 기분 좋은 쓴맛을 더하려면 70℃로 우리는 것이 가장 부드럽다”고 조언했다.
끓인 물을 뚜껑 없이 2~3분 두면 70℃에 가까워진다. 정수기를 쓰면 뜨거운 물 7, 차가운 물 3 비율이다. 손으로 컵이나 다기를 감쌌을 때 손바닥에 따끈한 느낌이 적당하다.
눈으로도 마신다, 유리가 선사하는 마법
투명한 유리 다관 안에서 여린 찻잎이 물을 만나 천천히 오르내리는 현상을 다무(茶舞), 즉 차의 춤이라 부른다. 우전이나 세작 특유의 연한 녹빛도 유리를 통해 가장 잘 보인다. 유리다관은 내열유리 제품을 사용해야 온도 차이로 깨지지 않는다. 다구가 없다면 내열유리 머그컵을 써도 좋다.
정확한 계량을 원한다면 주방용 저울이 가장 좋지만, 없다면 티스푼으로 수북이 한스푼(2~3g)이면 충분하다. 물은 1인분 기준 150~200㎖로, 70℃로 식힌 뒤 찻잎에 붓고 2분 후 찻잎을 건져내면 끝이다.
같은 찻잎으로 최대 3회까지 우려 마실 수 있다. 1회에서 2회, 3회로 갈수록 맛이 옅어지면서 또 다른 풍미가 살아난다. 다만 너무 많이 우리면 향과 맛 모두 엷어진다.
보관은 서늘하고 햇볕 없는 곳
녹차를 마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보관이다. 습한 곳, 햇볕이 강한 곳, 특정 냄새가 강한 곳을 피해야 한다. 특히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아야 한다.
개봉한 녹차가 봉지차이면 최대한 공기를 뺀 후 지퍼백 등으로 다시 밀봉해, 서늘하고 햇볕이 없는 곳에 보관하는 게 가장 좋다. 종이재질 원통에 들어 있는 녹차를 샀다면 녹차를 담고 있는 알루미늄 팩도 버리지 않는 게 좋다. 그 팩이 습기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미 냉장고에 보관한 차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원장은 “만일 냉장 보관한 차를 꺼내 곧바로 뚜껑을 열면 결로가 생겨 향을 망친다”며 “미리 상온에 두어 찻잎 통의 온도가 실내 온도와 같아진 뒤에 마실 만큼 덜어내 우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묵은 차도 ‘팔방미인’ 이렇게 활용을
이미 묵어버린 차는 향과 맛을 잃었지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녹차는 냄새를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냉장고나 신발 안쪽 등에 사용하면 냄새를 빨리 잡는다. 새 집으로 이사했을 때 페인트 냄새 등도 빨리 잡아낸다.
또는 국물 내는 거름망(다시백) 등에 넣어 입욕제로 활용하면 향긋한 향을 느낄 수 있다. 피로를 풀기 좋은 족욕에도 녹차잎을 활용해 보자. 발목이 잠길 정도의 따뜻한 물에 묵은 녹차와 소금을 각각 두큰술 풀고 10분간 발을 담그면 된다.
잎차를 마시고 남은 차찌꺼기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햇볕에 충분히 말려야 효과가 있다. 찌꺼기에 습기가 남아 있으면 이후 곰팡이가 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한국의 차문화’(이귀례 지음, 열화당), ‘다도’(이기윤 지음, 대원사), ‘녹차가 내 몸을 살린다’(김영경 지음, 한언출판사)
이휘빈 기자 vinyvi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