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날씨가 좋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예상치의 절반 수준이네요.”
14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면. 올해 아까시꿀 첫 채밀 작업에 나선 양봉농가 성덕기씨(66)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한국양봉농협·한국양봉협회 등과 함께 5월 한달간 ‘2026년 민관합동 아까시나무 개화기 꿀 작황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남쪽에서부터 북상하며 남부·중부·북부 등 3개 권역 양봉장 21곳을 찾아 밀원 상태와 꿀벌 발육 상황, 양봉산물 생산성 등을 살핀다. 성씨 농장은 중부권 작황 현장조사 대상지 중 한곳이다. 이날 현장엔 조사 기관 관계자 10여명이 함께했다.
성씨는 겨울을 났을 당시 벌 개체수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11월말 벌무리(봉군) 180군에 대해 월동에 들어갔지만 올 2월4일 봄벌을 깨웠을 때 살아남은 봉군은 44군뿐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4년째 양봉업을 하지만 올해는 검은여왕벌방바이러스(BQCV)·날개불구바이러스(DWV) 같은 꿀벌 질병이 퍼지는 등 월동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행한 박근호 양봉협회장은 “5년 전만 하더라도 벌값은 한통당 15만원 수준이었는데 현재 30만원까지 올랐다”며 “벌이 쉽게 폐사하면 농가 수익이 줄고, 줄어든 꿀 생산량만큼 외국산 꿀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씨는 폐농자재 처리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양봉 과정에서 벌집(소비) 같은 폐자재가 많이 나오는데 특히 질병이 발생한 벌집은 빨리 없애야 한다”면서 “산불 위험이나 환경오염문제로 관련 당국에서 소각을 금지하다보니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방치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허주행 양봉농협 동물병원장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양봉농가가 일반 쓰레기 소각장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거나, 폐기물 수거차량이 지역을 순회하며 폐벌집을 처리해준다면 농가 차단방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성씨가 34봉군에서 얻은 꿀은 0.6드럼. 꿀 1드럼은 288㎏이므로 172.8㎏이다. 성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순옥 농과원 양봉과 농업연구관은 “1년 전 천안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아까시꽃이 거의 피지 않았는데 올해는 평년과 비슷한 개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기상 영향으로 최근 수년간 개화 시기가 매년 들쑥날쑥하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정상적으로 채밀할 수 있는 봉군 자체가 60∼70%로 파악되는 만큼,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전체 꿀 생산량은 평년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장에선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고유가 직격탄을 양봉농가가 맞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성씨는 “채밀기를 가동할 때 휘발유를 쓰는데 최근 기름값이 크게 올라 부담스럽다”고 했고, 양봉농협 관계자는 “이동양봉하는 농가는 차량 운행에 따른 유류비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김남정 농진청 농과원 농업생물부장은 “올해 작황 조사 결과는 6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이미쁨 기자 alread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