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설원예농가가 작물 방제용으로 사용하는 연무·연막기에 대한 농약 등록기준이 6월 중 마련될 전망이다. 그간 장비 확충과 기후변화로 농약 살포 신기술은 현장에 속속 도입됐지만 농민 건강과 작물 안전성을 뒷받침할 제도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충남 부여의 방울토마토농가 구자언씨(57·세도면)는 작물 방제 때 연무·연막 방식을 15년째 활용 중이다. 시간·비용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라는게 구씨의 설명이다.
그는 “8264㎡(2500평) 규모 시설하우스 내부를 관행 방식으로 분무 방제하려면 8시간이 걸리지만 외부 방역업체에 의뢰해 연막기를 활용하면 2시간 이내에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제 비용이 관행의 절반에 불과한 것도 이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농가와 업계에 따르면 연막 방제는 약제를 가열해 연기 형태로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농약과 함께 글리세린·에탄올·계면활성제 등을 사용한다. 연무 방제는 농약을 상온 상태에서 초미세 입자로 분사해 시설 내부에 고르게 퍼뜨리는 방식이다. 최근 관련 장비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현장에서 사용이 늘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구씨는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이 상시화하면서 이같은 방제 기법은 더욱 확산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5월 중순 낮 최고기온이 30℃를 넘었고 14일엔 시설하우스 내부 온도가 처음으로 40℃를 넘어 사람이 안에서 오래 작업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무·연막 방식의 방제와 관련해선 농약 등록기준과 안전사용기준이 없는 상태다. 박형규 충남 논산 킹스베리 연합회장은 “지역 농가 절반 이상이 이미 연막기를 활용해 방제하는데도 농약 사용량과 방법에 관한 기준이 따로 없다보니 농약상이나 방역업체의 말만 듣고 작업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드론처럼 연무·연막 방식도 등록기준과 안전사용기준을 마련하면 농가들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6월 중 관련 농약 등록기준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관련 제도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작업자 안전을 위해 출입 제한 기간을 설정하는 등 과학적인 안전기준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경원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독성위해평가과장은 “시험을 통해 작업자 안전 확보는 물론 작물 약해와 농약 잔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등록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연무·연막 방식 사용 때 최소 1시간 환기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기준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성제훈 농진청 농과원장은 20일 구씨의 농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농약 사용 신기술이 농업현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작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등록된 양액 관주용 농약의 등록기준도 2027년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부여=조영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