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윤영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장
약용작물 품종 개발, 수입 의존을 줄이고 산업화 여는 길
“우수한 품종 덕분에 발아율은 높아지고 병 피해는 줄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경북 안동에서 지황 ‘토강’ 품종을 재배하는 농업인의 말이다.
경남 함안에서 단삼 ‘다산’을 재배한 농가 역시 “전에는 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신품종 보급으로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짧은 현장 반응이지만, 이 안에는 우리 약용작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분명히 담겨 있다. 우수한 국산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농가에 안정적으로 보급하며, 산업적 활용까지 연결하는 일, 바로 그것이 약용작물 국산화의 출발점이다.
약용작물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바이오소재 산업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며 시장 확대와 함께 원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요 약용작물의 원료 기반은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감초, 삽주(백출) 등은 국내 수요가 꾸준하고 있지만, 자급률이 2024년 기준 각각 12%, 9.5%에 불과하여 원료 수급과 품질 관리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는 또 다른 과제가 되고 있다. 고온, 폭우와 같은 이상기상이 잦아지면서 기존 품종만으로는 안정 생산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제 품종은 단순히 수량이 많은 수준을 넘어, 병과 재해에 잘 견디고, 기능성분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약용작물 품종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뿌리썩음병에 강한 지황 ‘토강’, 약리성분 함량이 높은 감초 ‘원감’을 비롯해 최근에는 항비만 단삼 ‘홍단’, 역병 저항성 삽주 ‘위강’, 수량이 많은 작약 ‘풍작’ 등을 개발했다.
이들 품종은 생산성뿐 아니라 병해에 강한 특성, 기능성, 품질까지 두루 갖춰 국내 약용작물 산업 수요에 폭넓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과가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 보급과 지역 특화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황은 ‘토강’을 중심으로 보급해 2024년 최고품질 농산물 생산단지 평가에서 충남 금산이 최우수, 전북 정읍이 우수 단지로 선정되며 품종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황해쑥 ‘평안애’는 경북 영천과 충북 제천에 보급되었고, 최근에는 한 제약회사와 건기식 원료 대체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삽주 신품종 ‘위풍’과 ‘위강’ 또한, 횡성 지역을 중심으로 보급을 시작하였으며, 종근 대량생산을 위한 조직배양묘 현장실증을 병행하고 있다.
약용작물 국산화의 성과는 제도 개선과 산업 연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관계 부처와 협업해 국내 적응성이 우수한 감초 ‘원감’ 품종의 대한민국약전 등재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약용작물 품종 개발이 산업과 제도 변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과제도 분명하다. 우수한 품종을 육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직배양 등 대량증식 기반을 강화하고, 생산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협력 체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디지털 육종과 소포자배양 같은 육종기술을 접목해 기후변화에 강하고 산업 수요에 맞는 품종을 더 빠르게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