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협이 퇴액비 자원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00년대초부터입니다. 당시 농가 논밭에 콘크리트 액비 저장조를 갖춰 액비유통센터를 운영한 데 이어, 연간 10만포대를 생산하는 소규모 퇴비장을 만들어 지역 축산농가의 고질적인 분뇨 처리문제를 해결해왔습니다.”
중동 사태에 따른 무기질비료(화학비료) 원료 수급불안 속에 가축분뇨를 활용한 경축순환농업이 주목받는다. 경기 파주연천축협(조합장 이철호)은 가축분뇨 자원화 원조 격으로 꼽힌다.
5월27일 찾은 파주연천축협 자원순환센터. 파주시 파평면에 자리한 이곳엔 가축분뇨 퇴비가 쌓여 있었다. 홍성문 축협 친환경사업단장은 센터 내 가축분뇨 퇴비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파주연천축협은 2018년 7월 1만5858㎡(4800평) 규모의 자원순환센터를 준공했다. 퇴액비 시설과 저장고를 각각 밀폐형과 자동화 상태로 구비한 이곳에선 하루에 액비 99t, 퇴비 70t을 생산한다.
파주연천축협 자원순환센터는 파주지역 내 축산농가 60여곳에서 분뇨를 수거한다. 이를 센터에서 퇴액비로 만든 뒤 경종농가에 무상으로 지원한다. 살포비도 받지 않는다. 축협이 받는 것은 축산농가에서 내는 수거료다. 그마저도 분뇨 1t당 4000원으로 낮다.
퇴액비 품질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준을 자랑한다. 홍 단장은 “우리 축협 퇴액비는 품질에서 타협이 없다”며 “축분(계분·돈분·우분) 80%와 톱밥 20%를 혼합해 고온 교반과 발효 과정까지 75일 이상의 엄격한 숙성 기간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파주연천축협의 ‘1등급 퇴비’ 제품인 ‘논두렁 밭두렁’은 지난해 파주지역 경종농가 2600여곳에 35만6916포대(1포대당 20㎏)가 공급돼 작물 생육과 토양개량을 도왔다. 2020년부터는 신설한 퇴비유통 전문조직을 통해 축산농가에서 자체 부숙한 퇴비를 수거한 후 민통선 인근 장단콩 생산단지 등 115㏊에 뿌려 큰 호응을 얻었다.
액비 공급 성과도 주목된다. 지난해 파주지역 경종농가 100곳의 농경지 358㏊에 3만5500t을 살포해 화학비료 대체 효과를 톡톡히 냈다. 이 액비는 2025년 농협경제지주 가축분뇨 퇴액비 품평회에서 액비부문 대상을 차지하는 등 품질도 인정받았다.
현장의 고충도 깊다. 홍 단장은 “파주지역 내 가축분뇨 발생량만 하루 1700t에 달하지만 시설 용량은 늘 포화 상태”라면서 “분뇨 가스로 고가 장비가 빠르게 노후해 유지보수비 등으로 매년 10억원의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현행법상 시비처방서 유효기간이 2개월로 극히 짧아 액비 사용에 애로사항이 크다”고 호소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입법예고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도 파주연천축협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개정안은 하루 처리량 100t 미만의 퇴비제조장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대상에서 제외했다. 파주연천축협은 액비와 퇴비 시설을 분리 운영 중이나 같은 장소에 있다는 이유로 단일 사업장으로 묶여 규제 대상이 된다.
홍 단장은 “개정안에 따라 암모니아 배출허용기준이 ‘30ppm 이하’에서 ‘90ppm 이하’로 완화되더라도 세정탑을 추가 신축하거나 화학약품을 사용해야 해 막대한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발을 굴렀다.
이철호 조합장은 “축협의 가축분뇨 자원화는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공익사업으로 봐야 한다”면서 “정부는 축산 관련 규제 기준을 우선 고시해놓고 현장에 이행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먼저 지원·계도한 뒤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주=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