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의 한 논.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법인의 윤영식 대표(56)는 비가 흩뿌리는 궂은 날씨에도 모내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 영농조합법인은 소속된 100여농가가 전체 48㏊ 규모로 장립종 벼를 재배한다. 윤 대표가 장립종 벼 재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23년.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장립종 벼를 판매 목적으로 재배하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그는 “지난 3년간 재배한 결과 장립종 볏모는 온도 변화에 민감했다”면서 “더욱이 지난해 10월 잦은 비로 수확에 차질이 생겨 올해는 이를 방지하고자 육묘 시기를 앞당기고 이앙도 일찍 하려고 했는데 5월 날씨가 받쳐주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해남지역 일 최저기온이 5월19일이 돼서야 15℃를 넘어서는 등 이상저온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다 자란 모를 그대로 둘 수 없어 이앙에 들어갔는데 지난해보다는 열흘 정도 빠른 것”이라면서 “모가 부디 활착이 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킨 이앙기 뒤편엔 인디카 계통 장립종 볏모가 가득 올려져 있었다. 모판을 들여다보니 볏모가 상대적으로 가늘어 늘어지는 모습이었다. 함께 준비한 자포니카 계통 중단립종 일반 볏모는 잎이 비교적 빳빳했고 곧게 서 있었다. 손으로 만졌을 때도 장립종 볏모가 한결 부드러웠다.
이어 찾은 인근의 벼 육묘장. 윤 대표에게 3년째 장립종 볏모를 공급 중이라는 이용주 한듬육묘장 대표는 “장립종 볏모는 야간 온도가 18℃ 이상 돼야 안정적으로 자란다”며 “노지 육묘가 쉽지 않아 올해부턴 차광하우스를 설치해 모를 15∼20일 충분히 키운 뒤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가 이같은 기상 불안정성 속에서도 장립종 벼 재배에 나서는 건 농진청과 CJ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장립종 벼 기반 쌀산업 혁신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 올해 윤 대표는 농진청과 협력해 청이 개발한 장립종 우량 계통을 논 7㏊에서 재배하며 국내 환경에 적합한 품종을 선발 중이다.
윤 대표는 “재배 노하우가 쌓이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며 “장립종 벼 품종 가운데 하나인 ‘아이피에스(IPS)’ 는 지난해 특정 필지 단수(10α당 생산량)가 650㎏에 달했다”면서 “이는 첫해인 2023년 최대 단수(530㎏)와 견줘 23%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기상이변이 잦은 것을 고려해 이앙 시기를 늦추면서도 수확을 앞당길 수 있는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단립종 도정시설을 활용하면 장립종 쌀의 도정수율이 50%대에 머무르는 만큼 장립종 쌀 전용 도정시설도 확대된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전남도·해남군에서 지원받아 장립종 쌀 전용 도정시설을 건립,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윤 대표는 “식품업체와의 기업간거래(B2B)가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도 판로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구온난화가 심화하면서 전남 장흥에선 인디카 계열 중장립종 ‘아미향’, 충남 당진에선 자포니카 계열 장립종 ‘케이롱’을 일부 농가가 재배하면서 산업화 가능성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판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배면적만 급격히 늘어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남=조영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