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정부 주도로 대대적인 농협 개혁이 이뤄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일본농협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농협 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일본농협 개혁 10년,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은 농업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2013년 사실상 협동조합의 근간을 흔드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해당 개혁안에는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JA전중)를 폐지하고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를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JA전중은 자민당·농림수산성과 협의를 통해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전체적인 개혁 기조는 유지됐다.
이 과정에서 아베정부는 JA전중의 감사 기능을 분리해 각 지역농협이 외부 공인회계사·감사법인을 회계감사인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보고서는 “일본농협은 협동조합간 공동행동을 통해 단위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지만, 감사 기능 분리로 JA전중의 구심점 역할이 줄어 공동행동 기반이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가나가와현 하다노농협의 경우 개혁 이후 자체 감사 인력을 4명 증원하는 등 감사 비용 부담도 늘었다.
한국도 당정 차원에서 범농협 감사기구를 외부 독립법인 형태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를 반대하는 측에선 협동조합 기능 약화와 감사 비용 부담에 따른 조합원 지원 감소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외부 감사를 도입한 일본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우리 농협 개혁 논의에서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역농협이 경제사업에 매진하기 위해선 종합농협 체제를 전문농협 체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봤다. 종합농협은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겸하는 방식이며, 전문농협은 경제사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농협을 말한다. 이에 아베정부는 JA전중에 강력한 자기 개혁을 요구했고, JA전중은 신용사업에 투입되던 인력과 자원을 경제사업으로 전환하는 변화를 단행했다.
하지만 개혁 이후 10년간 경제사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된 상황이다. 일본농협은 우리처럼 신용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바탕으로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구조다. 신용사업 수익 저하는 경제사업 타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일례로 농협 개혁 이후(2015∼2024) 일본농협의 예금·대출 증가율은 모든 금융기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지역농협의 평균 경제사업 적자는 2억1800만엔에서 2억7700만엔으로 늘었다.
최근 우리 농협 개혁 과정에서도 지역농협을 전문농협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보고서는 “상업적 농업이 발전한 서구와 달리 한국과 일본은 중소농이 중심”이라며 “아울러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 농업·농촌 구조에서 종합농협은 농협의 핵심 경쟁력이므로 농협의 근간을 바꾸는 개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국내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역농협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더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고령농의 은퇴가 가속화하면서 전업농 중심의 농업 생산구조가 정착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