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국제 정세 불안으로 주요 조사료 종자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호밀 종자는 2022년 이후 외국산 시세가 국산을 앞지르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귀리는 최근 5년 중 외국산이 국산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시기가 3개년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조사료 종자 수입의존율은 2025년 기준 92.1%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조사료 종자 생산기반을 확충해 가격·공급 변동성이 큰 외국산을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호밀 종자 가격은 국산이 4.2% 비쌌다. 1㎏당 국산 1972원, 외국산 1893원이었다. 하지만 2022년부턴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그해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귀리는 2021∼2025년 시세 흐름이 더욱 극적으로 변화했다. 국산은 2022·2023·2025년 3년간 외국산보다 저렴했다.
외국산 종자의 안전성도 도마에 올랐다. 농진원에 따르면 2022년 캐나다산 귀리 종자가 검역문제로 폐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농업현장에선 국산 종자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커졌다. 전북 장수군 산서면에서 30㏊ 규모로 조사료용 귀리·밀·청보리를 재배하는 김규생씨(71)는 “지난해 농진원에서 국산 귀리 종자를 구매해 사용했는데 외국산보다 가격이 24% 이상 저렴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산 종자를 공급받고 싶지만 물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외국산을 선택했다는 농가가 주위에 많다”고 전했다.
국내 조사료 종자를 공급하는 곳은 농진원과 국립종자원 2곳이다. 민간 기업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농진원·종자원의 지난해 공급량은 1011t으로 연간 사용량(1만2811t)의 7.9% 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1일 전북 익산 농진원 본원에서 ‘사료작물 종자처리 종합플랜트 구축 타당성 조사 및 계획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연구를 맡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측은 “농진원이 전북 새만금 농생명용지 5공구에 조사료 종자 생산·가공 거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농경연은 관련 사업비도 추정했다. 농진원이 2027∼2031년 20㏊ 규모로 종자처리 종합플랜트와 저장·포장시설 등을 구축하려면 459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해당 시설이 구축되면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를 제외한 맥류 조사료 종자의 국산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단계적으로 생산규모를 확대해 2036년엔 연간 최대 3500t의 조사료 종자를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5년 호밀·귀리 종자 수입량은 2800t이다.
양민호 농진원 종자사업본부장은 “연구에선 2036년 기준 종자 신규 생산액 72억3200만원과 수입 대체 효과 9억1800만원을 합하면 81억5000만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해 국산 조사료 종자 생산기반을 넓히고 90%가 넘는 조사료 종자 수입의존율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장수=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