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달 음식 원산지표시를 완화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일 내놓은 ‘농업·농촌 분야 정상화 과제 30개’를 보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 통신판매 원산지표시 관련 중복규제 개선’이 14번째로 들어 있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조리에 사용된 농축산물의 원산지를 배달앱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포장재·영수증 등엔 원산지를 중복해서 표시하지 않아도 되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김연화)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제도개선은 배달앱 내 원산지표시 이행 수준과 소비자 접근성이 충분히 확보된 이후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달앱 내 원산지표시 이행 자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2024년 8∼10월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에 입점한 오리고기 판매업체 900곳을 조사한 결과 오리고기 원산지 미표시율은 37.0%에 달했다. 같은 해 9월 동일 플랫폼의 카페 디저트 전문점 600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선 우유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곳이 전체의 37.3%였다.
또한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현행 배달앱에서 소비자가 원산지를 확인하려면 업체 검색, 별도 원산지 정보 페이지 접속, 화면 하단 스크롤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원산지 정보가 메뉴 선택과 주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공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소비자가 별도로 찾아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관계자는 “외국산 농축산물을 식자재로 사용하는 일부 외식업체가 원산지표시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포장재·영수증 표시 의무까지 완화한다면 그간 원산지표시를 성실하게 이행해온 국산 농축산물 사용 업체엔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규제 완화에 앞서 주요 배달앱의 음식점 원산지표시 실태를 점검하고 소비자가 주문 과정에서 원산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해 기자 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