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의 손소독제 충전액이 잠시 떨어졌거나 울타리에 작은 구멍이 있다는 이유로 수천만원 보상금을 깎는 불합리한 사유는 개선돼야 합니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체계 개선 국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김선교(경기 여주·양평)·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더불어민주당 임미애(비례대표)·문금주(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이 주최한 자리다. 주관은 대한한돈협회·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등이 했다.
정병일 한돈협회 유통방역팀 부장은 주제발표에서 “올 1∼3월 ASF 발생으로 전국 양돈농가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지만 현장 통제 핵심 지침인 ‘ASF 긴급행동지침(SOP)’은 ASF 국내 발생 이전인 2018년에, 그것도 구제역 지침을 참고해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년 전 수립한 규제·처벌 중심의 낡은 방역 지침은 변화한 ASF 발생 양상과 접촉으로 감염되는 질병 특성을 고려해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올해 ASF 발생에 따른 피해농장수는 40곳, 살처분마릿수는 17만977마리에 달한다. 정 부장은 “일례로 ‘도축장 역학 방역대’ 1개에 묶인 농장이 많게는 1000곳에 달하지만, 그동안 도축장 역학으로 수평 전파된 사례는 없었다”면서 “비효율적인 도축장 역학 방역대는 제외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최재혁 한돈협회 실장은 토론자로 나와 “시도간 돼지 생축·분뇨 반출입 금지를 내릴 때 농장 손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을 의무 규정으로 바꿔야 지방정부의 이동제한 남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ASF 방역 관련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올해 ASF 사태 조기 종식의 원동력은 정부와 농가 간의 신뢰였다”면서 “농가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적극 행정과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 불법 축산물, 농장 예찰, 도축장 관리, 사료 제조, 야생멧돼지 전파라는 6가지 측면에서 ASF 방역관리 강화 대책을 마련했거나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선 입국하는 즉시 방역당국이 그 정보를 자동으로 파악하도록 전산시스템을 5월에 구축했고, 고용노동부와 협조해 가축전염병 교육을 기존 3일에서 5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 축산물을 농장에 반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검토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울러 김 과장은 “사료 원료 검사, 제조 관리와 관련해선 양돈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마치는 대로 늦어도 올 8월 중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ASF 백신 도입엔 신중론을 폈다. 강해은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장은 “베트남 사례처럼 재조합 바이러스나 저병원성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해 국내로 유입되면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방역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만큼 해외 백신접종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미애 의원은 “양돈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