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AFACI·카파시)의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사업을 통해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15개국에 모두 71개의 벼 품종을 개발·등록하고, 23개국에 벼 육종가 44명을 양성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11일 밝혔다.
카파시는 2010년 7월 아프리카 농업 현안을 논의하고 현지 농업기술을 개발해 농업생산성과 농가소득을 높이고자 출범했다.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은 농진청이 국제기구인 ‘아프리카벼연구소’와 함께 수량성 높은 벼 품종을 개발·보급해온 사업이다. 농진청은 최근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1단계(2016~2025년) 사업을 완료했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벼 생산성
쌀은 아프리카에서 옥수수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식량작물이다. 아프리카 54개국 중 39개국에서 생산 중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벼 품종은 수확량이 적고 병해충에 약하다. 현지 벼 재배기술과 기반시설까지 취약하다 보니 아프리카 벼 생산성은 2024년 기준 1㏊당 2.4t으로 아시아 평균 생산성(5t)의 절반도 안 된다.
특히 아프리카는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매년 쌀 수요가 6% 이상 증가하고 있어 39개국 중 21개국이 2025년 기준 소비량의 50~90%을 수입에 의존한다.
통일형 벼품종 등 활용 71품종 개발
이처럼 심각한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시작된 것이 카파시의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사업이다. 이를 통해 개발된 벼 품종들은 지난 10년간 15개국 71개에 달한다.
벼 품종 개발에는 육종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새로운 육종기술인 ‘약배양(꽃가루배양)’ 기술이 쓰였다. ‘다산’ ‘밀양’ ‘삼강’ ‘태백’ ‘한강찰’ '한아름' 같은 ‘통일형' 벼 품종 등도 활용됐다.
개발 품종들은 대부분 수량성이 1㏊당 6.6~6.8t(조곡 기준)으로 매우 높다. 부드러운 밥맛과 향을 갖고 있어 농민·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
특히 이 가운데 가봉에는 ‘셰이(CHEYI)’, ‘음보마(MBOMA)’, ‘무카파시(MOUKAFACI)-1’라는 3개 품종이 개발·등록됐다. 통일형 벼 품종인 ‘밀양’ ‘한아름’ 등을 활용해 육종한 것이다. 수량성이 1㏊당 7~8t으로 높고 도열병에 강한 특성이 있다. 그동안 자국 품종이 없었던 가봉은 이 3개 품종을 지난해 8월 가봉 최초의 벼 품종으로 등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봉농업임업연구소(IRAF) 욘넬 무쿰비 박사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쌀 생산을 위해 3개 품종에 대해 9t가량 물량 확보를 목표로 종자를 증식하고 있다”면서 “80명의 벼 재배 전문인력을 양성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전국 60개 농업협동조합 1100여명의 농민이 ‘셰이’ 품종을 중심으로 벼 시험재배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네갈에는 ‘이스리(ISRIZ) 6·7·16·17·P01·P02’ 모두 6개 품종이 개발·보급됐다. 이중 ‘이스리 6’와 ‘이스리 7’은 각각 통일형 벼 품종 ‘밀양23호’와 ‘태백’이 세네갈로 건너가 현지에서 뛰어난 적응성과 높은 수량성을 보여 세네갈 자국 언어로 품종 이름을 지어 등록된 사례다.
수량성이 1㏊당 7.2~7.5t으로 세네갈 대표 품종인 ‘사헬(Sahel)’보다 2배 이상 많고, 밥맛·품질이 좋아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아프리카 벼 육종가 44명 양성
농진청은 카파시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벼 품종 개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벼 육종가 양성훈련’도 시행했다. 이를 위해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과정을 포함한 4개월간의 집중 훈련을 진행해 23개국에 모두 44명의 벼 육종가를 배출했다.
이는 아프리카에 ‘케이(K)-벼재배기술’을 전수하는 동시에 카파시 회원국별로 큰 차이를 보였던 벼 재배 기술 수준을 평준화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K-라이스벨트’ 사업 통해 우량 종자 생산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은 2023년부터 농업부문 국제개발협력사업인 ‘아프리카 K-라이스벨트’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아프리카 횡단 거점 7개국에 다수확 벼종자 생산단지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량 종자를 아프리카 전역으로 빠르게 생산·보급하기 위해서다. 7개국은 세네갈·감비아·기니·가나·카메룬·우간다·케냐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을 통해 농업관계관 등과 협력해 우량 종자 생산, 재배기술 전수, 농민 교육을 추진하며 아프리카 각국의 자립적 종자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23년 2321t을 시작으로 2024년 3562t, 2025년 6365t의 벼 종자를 생산하는 등 매년 우량 종자 생산량을 늘려 나가고 있다. 2027년부터는 매년 벼 우량 종자 1만여t 생산을 목표로 한다.
벼 우량 종자 1만t은 연간 216만t의 쌀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1인당 연평균 70㎏을 소비한다고 하면 아프리카 3000만명에게 공급 가능한 물량이다.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2단계 추진
농진청은 올해부터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2단계 사업에 착수한다. 1단계 사업에서는 주로 관개답에서 재배할 수 있는 수량성 높고 밥맛 좋은 품종 개발이 주를 이뤘다. 2단계 사업에선 가뭄·저온피해·염해 등 재배환경이 열악한 천수답과 밭에서 재배 가능한 품종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1단계에서 개발된 벼 품종들을 국가 자원화하기 위해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 기탁해 국내 벼 육종가와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46개 품종을 기탁했고 나머지 품종들도 단계적으로 기탁할 예정이다.
최광호 농진청 기술협력국장은 “아프리카 벼개발 파트너십 사업 성과는 아프리카의 숙원인 쌀 자급자족과 식량안보의 발판을 마련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K-벼재배기술’을 바탕으로 많은 개발도상국의 식량문제 해결을 돕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