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스타인보다 몸집은 작지만 더위에 강하고 사료도 덜 먹습니다.”
15일 찾은 경기 안성시 미양면 송영신목장(대표 하현제). 착유장 옆 축사에는 황갈색 털을 가진 ‘저지(Jersey)’ 젖소들이 한가롭게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하현제 대표는 “기후위기와 생산비 상승에 직면한 국내 낙농업에서 저지 젖소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저지 품종을 도입해 지난해 12월 목장을 저지 전용 목장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현재 70여마리를 사육하며 하루 500∼600ℓ의 원유를 생산한다.
저지는 국내 낙농업의 주력 품종인 홀스타인보다 체구가 작고 사료 섭취량이 적다. 홀스타인이 하루 35㎏가량의 완전배합사료(TMR)를 먹는 반면 저지는 25㎏ 정도면 충분하다.
국제 곡물 가격과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사료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저지는 생산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폭염이 일상화하는 환경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그는 “홀스타인은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로 산유량이 크게 감소하지만 저지는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밝혔다.
원유 품질도 강점이다. 저지 원유는 유지방과 유단백 등 고형분 함량이 높아 치즈·버터 같은 유가공품 생산에 유리하다.
하지만 현실의 벽도 높다. 현재 국내 원유 가격 체계는 사실상 홀스타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유지방과 유단백 함량이 높은 저지 원유도 일반 원유와 같은 기준으로 거래된다.
판로 확보도 과제다. 국내 저지 사육규모가 크지 않아 생산량이 적다보니 유업체 역시 별도 제품 생산과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송영신목장은 자체 유가공 시설을 갖췄지만 초기 투자비와 유통망 확보 부담이 만만치 않다.
품종 전환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수정란 이식부터 착유까지 약 3년이 걸려 생산량 감소에 따른 수입 공백과 시설투자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경기도는 최근 송영신목장을 ‘경기도 저지 전용 목장 2호’로 지정하고 저지 전용 목장 생산 원유에 대해 1ℓ당 359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저지 수정란 생산·보급 사업 등을 추진하며 생산기반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하 대표는 “저지가 낙농업의 유일한 해답은 아니지만 기후위기와 생산비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품종”이라며 “생산기반뿐 아니라 판로·가격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성=길다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