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한달 전기요금만 4000만∼5000만원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이 심해져 에어컨을 안 틀 수가 없고 정부·지방정부 규제 강화로 냄새 저감 시설 도입도 불가피해 전력 사용량 자체가 늘었어요. 돼지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부도나는 농가가 속출하는 이유는 이런 높은 경영비에 있습니다.”
충남 공주에서 어미돼지(모돈) 750마리 규모로 양돈장을 운영하는 농장주 A씨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상기상과 만성적인 인력난, 냄새 민원 등에 대응해 스마트축산이 확산하며 전력 사용 자체가 늘어난 상황에서 전력량요금이 크게 올라 생산비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얘기다.
A씨가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한돈연구소 최근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한돈연구소는 2∼5월 전국 양돈농가 223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 중 99농가에 대해선 2021∼2025년 5년간 실제 지불한 전력량요금을 분석했다.
농가들에 따르면 양돈장에는 농사용 전력(을)이 적용된다. 한국전력공사는 이 농사용 전력량요금을 2021년 1월∼2025년 12월 모두 9차례 인상했다. 그 결과 2021년 1월 1㎾h(킬로와트시)당 34.2원(저압)이던 요금은 2025년 12월 65.9원으로 92.7% 올랐다. 고압(여름·겨울) 전력량요금도 같은 기간 36.9원에서 68.6원으로 85.9% 인상됐다. 한돈연구소는 이같은 오름세가 지속되면 2030년 고압 전력량요금은 125원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농가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대폭 늘었다. 농가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2021년 269만604원에서 2025년 770만5601원으로 186.4% 증가했다. 농가의 월평균 전력사용량이 2021년 5만5717㎾h에서 2025년 6만3289㎾h로 13.6%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전력량요금 단가 인상이 농가 실부담액 증가를 사실상 주도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축산도 농가의 전기요금 부담을 40∼60%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정보통신기술(ICT) 설비를 도입한 농가는 그렇지 않은 농가보다 2025년 기준 평균 1.62배 많은 전기요금을 냈다.
분뇨처리시설을 자체 운영하는 농가는 전기요금 증가율이 5년간 무려 321.1%로 일반 농가 증가율(124.0%)의 2.5배를 넘었다. 분뇨처리시설 전기요금은 해당 농가 전체 전기요금의 40%나 됐다.
농가들은 전력량요금 인상 속도를 늦추고 태양광 같은 에너지 효율화 설비를 보급하는 등 농가경영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포천의 한 양돈농가는 “폭염·혹한 등으로 냉난방·환기 시설 사용이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6∼9월과 12∼2월에 한해서라도 전기요금 부담을 완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기홍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대한한돈협회장)은 “한돈산업은 국민 먹거리 공급과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산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