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7일 ‘상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한도를 총대출의 20%로 제한하는 등 대출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며 상호금융권의 연체율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예금자가 농축협 부실을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이하 상호예보기금)을 설치하고 농축협 부실 예방을 위해 다양한 구조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
◆농축협의 예금보험공사는 ‘농협중앙회’=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이 파산 등으로 예금 지급 불능 사태가 발생하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예금 지급을 보장한다. 하지만 농축협은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파산해도 예보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이 역할을 대신하는 조직이 바로 농협중앙회다. 농협중앙회는 1998년부터 상호예보기금을 설치해 농축협 고객의 예금을 독립적으로 보호해왔다. 2001년에는 ‘농업협동조합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법적 지위도 보장받았다. 지난해 예금자보호한도액이 오르면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농축협별로 최대 1억원 지급을 보장한다.
농축협이 낸 예금보험료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올해 5월 기준 8조1479억원에 달한다. 이 중 1조6062억원은 부실(우려) 농축협 경영개선에 사용됐다. 현재 운용 중인 적립금은 상호금융권 최대 규모인 6조5417억원이다.
◆금융감독원 역할 대신하는 농협중앙회=농협중앙회는 상호예보기금 관리기관으로서 단순히 사고 발생 이후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농축협의 부실을 사전에 예방하고 경영정상화를 유도해 애초에 예금 지급 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게 농협중앙회의 설명이다.
농협중앙회 조합구조개선부(이하 조구부)가 이같은 부실 예방 업무를 맡고 있다. 조구부는 경영상태평가를 통해 부실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하고 부실이 우려되는 농축협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이나 합병 등의 조치를 취한다. 시중은행들의 건전성을 감시하는 금감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셈이다.
조구부는 농축협의 재무 상태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한 기준 아래로 하락할 경우 적기시정조치를 통해 농축협의 구조개선을 도모한다. 부실이 우려되는 농축협에는 재무구조 개선, 조직운영 개선, 합병 등을 권고한다. 경영상태가 더 좋지 않은 농축협은 합병과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이미 부실이 확정된 농축협에는 합병 명령과 함께 신용사업 자체를 다른 우량 농축협으로 옮기는 계약이전 명령을 내린다.
농축협이 부실(우려)조합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예방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매월말 기준 전체 농축협에 대해 경영위험평가를 시행해 결과에 따라 경영개선관리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관련법 시행 이래 올 5월까지 248개 농축협에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졌고, 104개 농축협은 합병, 15개 농축협은 계약이전 조치가 취해졌다. 이런 선제적 조치 덕분에 상호예보기금이 농축협 파산으로 인해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는 현재까지 한건도 없다.
◆‘안정성’ 최우선…목표기금제로 농축협 부담도 ↓=농협중앙회는 기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금 운용에도 힘쓰고 있다. 예금자보호를 위한 공적 성격의 기금인 만큼 정기예금과 국공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동성을 함께 고려해 위기 상황에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상호금융권 최초로 목표기금제를 도입해 기금의 건전성과 농축협의 예금보험료 부담 완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일반적으로 농축협이 납부하는 예금보험료는 0.18%인데 적립 수준이 목표규모에 도달하면 보험료를 감액해 농축협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 덕에 농축협의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상호금융기관의 대표적인 경영건전성 지표인 ‘총자산 대비 순자본비율’은 2001년 전국 농축협 평균 4.20%에서 지난해 9.02%로 상승했다. 농협중앙회는 앞으로도 고객 신뢰를 유지하고 농축협 부실 예방을 위해 기금 건전 관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재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