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이 나와도 정작 비료나 시설하우스용 필름을 사는 데는 쓰지 못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죠.”
민생회복 소비쿠폰, 농어촌기본소득, 농어민 공익수당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원금이 최근 수년간 잇따라 나오면서 농가 살림살이에 보탬이 된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이 중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형태로 받은 지원금은 농협 자재판매장에서 사용이 제한돼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남 홍성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성덕씨(68)는 “중동 전쟁 여파로 비료와 농업용 필름, 포장재 등 농자재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정부 지원금이 나와 농자재 구매 때 요긴하게 쓰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 농협 자재판매장에선 사용 자체가 안된다고 하니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집 근처 농협 자재판매장에서 필요한 농자재는 웬만하면 다 살 수 있는데, 지역사랑상품권을 쓰려면 40분가량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 이곳저곳 들러야 해 불편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농협 자재판매장은 6월 기준 전국 2177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된 곳은 411곳(18.9%)에 그쳤다.
농협 자재판매장의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행정안전부의 ‘지역사랑상품권 운영 지침’에서 찾을 수 수 있다. 지침에선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 기준 원칙으로 ‘연 매출액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가맹점 등록을 제한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몇가지 예외 조건을 뒀다.
그중 하나가 ‘민간 농자재판매소가 없는 면지역 내 농협 자재판매장’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곳에선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현장에선 관련 지침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국내 비료제품의 96.8%가 농협 자재판매장을 통해 공급된다. 임영용 전북 김제 광활농협 조합장은 “면지역엔 민간 자재판매장이 있더라도 규모가 작거나 취급 품목이 제한적인 곳이 많으나, 농협 자재판매장은 농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무료로 배달해주는 곳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면지역에 민간 농자재판매소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지역 농협 자재판매장이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을 할 수 없다면 농민들이 추가 배송비를 지불하거나 제때 원스톱 쇼핑을 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지급 중인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례를 일부 참고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주유소는 물론이고 ‘소비여건이 열악한 읍·면 농협하나로마트’를 사용처로 인정했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전국 농협하나로마트 2204곳 중 1003곳(45.5%)에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임규원 농협경제지주 영농자재본부장은 “면지역 내 민간 농자재판매소가 있더라도 그 수가 적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해당 지역 농협 자재판매장도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해 농가가 비료 등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