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농협의 역할이 조합원 위탁영농으로 확대되지 않겠습니까? 인건비와 적합 품목을 따져보면 쉽지는 않습니다. 실행방안을 잘 고민해봐야죠.”
이달초 전북 완주 고산농협 본점. 본격 영농철임에도 농협 임직원들과 농협중앙회 미래혁신실 관계자들은 ‘고산농협 중장기 발전계획’을 놓고 열띤 논의가 한창이었다. 요점은 현재 농협이 잘하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어떻게 안착시켜나갈 것인가로 좁혀졌다. 이같은 문제의식 위에 고산농협은 3월부터 농협중앙회와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 2040년까지 ‘농촌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대외 환경 급변, 농협 역할 재설정 필요=고산농협은 지도사업을 잘하는 농협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시상하는 ‘지도사업대상’도 받았다. 벼 건조저장시설(DSC), 로컬푸드판매장, 농축순환자원화센터, 공공형 계절근로제 등 농협의 주력 사업 대부분도 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예수금·대출금이 꾸준히 성장해 신용사업도 탄탄하다.
그럼에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건 농협 미래사업 환경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손병철 고산농협 조합장은 “2040년이면 65세 이상 조합원 비율이 7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노동력 부족, 온라인 유통플랫폼 성장 등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고령조합원을 위한 영농·생활 인프라 기능, 신규 귀농인 지원, 온라인 판매 역량강화 등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산농협은 기존의 신용·경제 사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병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구체적으로 신용사업은 고령 친화적 예·적금과 보험 창구, 생산·체류·에너지 전용 대출 등으로 특화한다. 경제사업에선 현재 가동 중인 딸기·양파·마늘 선별시설의 온라인 판매 지원 플랫폼으로 변화를 꾀한다. 플랫폼을 구축하면 온라인에서도 로컬푸드를 많은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핵심 품목 브랜드화, 선별·포장·스토리텔링, 급식 외 온라인 판로 발굴도 병행할 계획이다.
농자재 판매장은 ‘영농솔루션 센터’로 전환해 스마트 농자재, 방제 패키지, 토양 진단, 농작업 대행 등을 일괄 지원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중장기 발전계획의 최종 목표는 ‘고산형 농촌생활 플랫폼’이다. 농촌 체험·숙박, 로컬푸드 공급, 건강 돌봄, 계절노동자 지원, 에너지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펼쳐 농협을 농촌주민, 예비 귀농인, 농촌 체류자들의 구심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농협중앙회 자금 매칭, 수익 모델 정착 지원=농협중앙회는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틀을 제공하고, 고산농협이 마련한 초안의 실행방안을 함께 검토했다.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 자금과 정부 정책자금의 매칭도 지원한다.
농촌 체류사업을 예로 들면 로컬푸드와 인근의 고산자연휴양림 같은 자원과 연계하면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조합원 빈집 리모델링사업 등을 추진해 체류 공간을 마련하고, ‘하루살이’ ‘일주일 체류’ ‘농촌+고산자연휴양림+로컬푸드 패키지’ 등의 상품 출시를 추진한다. 체류 예약, 결제, 로컬푸드 장보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하도록 해 체류객 증가, 로컬푸드 소비확대, 귀농·귀촌 상담 수요 창출, 준조합원 고객 기반 확대를 기대한다.
현장 컨설팅에 참여한 강희식 농협중앙회 미래혁신실 미래전략처장은 “체류, 돌봄, 계절노동자 지원, 신재생에너지사업 모두 농협 자체 자금만으로 추진하면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지방자치단체·농협중앙회 등과 협력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며 “정부 공모사업과 중앙회 지원사업을 적극 매칭하고, 제도적·법적 문제 해결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컨설팅 과정에서 고산농협 임직원은 건강 돌봄사업, 계절노동자를 활용한 위탁영농 등에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지원방안을 요청했다.
손 조합장은 “과거 농협이 자체 비용을 들여 시작해 지자체 협력사업으로 이어진 육묘·농작업 대행처럼 결국 신사업 초기 모델을 안착시켜 조합원과 주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해 보인다”며 “조합원과 발전계획을 먼저 공유하고 미래사업 전담부서 신설을 추진해 계획을 단계적으로 이행하겠다”고 했다.
완주=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