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산란계협회의 가격고시 행위에 대해 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엔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물가안정’을 앞세워 생산자단체를 해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14일 산란계협회의 달걀 산지 기준가격 결정·통지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과징금 5억94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본지 5월18일자 8면 보도). 6월15일엔 이를 의결해 확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월25일 산란계협회에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청문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2023년 1월 산란계협회 설립을 허가하면서 산지가격 고시를 중단하는 조건을 부여했는데 산란계협회가 이를 위반했다는 점을 처분 사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등을 부과받았다는 것도 사유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 판단을 근거로 농식품부가 법인 설립허가까지 취소하는 것은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판단이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가 있어서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를 대상으로 오리고기 공급업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2024년 9월 업체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2022년 한국오리협회와 오리고기 공급업체 9곳에 대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했다”며 과징금·시정명령을 내렸다. 대상 업체 중 1곳은 이같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농어민 자조 조직의 활동은 농업 보호 등을 위해 자유경쟁의 예외로서 허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헌법상 경제질서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판시했다. 공정위는 2024년 10월 대법원에 상고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정위 스스로 생산자단체의 가격 고시 행위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전례도 있다. 공정위는 2019년 대한양계협회가 달걀 산지가격을 고시한 것을 두고 “농가의 실제 거래가격을 평균한 통계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며 “경쟁 제한 목적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조건을 달아 생산자단체 설립을 허가하고 해산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논란거리다. 농식품부는 ‘설립허가 때 부여한 조건에 위반한다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민법’ 제38조 규정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란계협회 관계자는 “최근 법제처에 민원을 통해 해당 조항에 관한 법령 해석을 요청한 결과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때 붙일 수 있는 조건은 설립허가 기준에 관한 사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규정은 법인의 목적·사업이 실현 가능한지 아닌지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재정적 기초와 능력 등이 가능한지에 관한 조건일 뿐, 생산자단체의 산지가격 고시를 금지하는 식의 조건을 붙여 법인 존폐를 결정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갑)은 “농업 관련 비영리법인 해산 추진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농업계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일방통행식 행정이 이뤄져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미쁨 기자 alread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