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으로 만든 보양식 하면 펄펄 끓는 삼계탕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살얼음이 동동 뜬 새콤한 국물이 일품인 초계탕도 있다.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차가운 닭 육수에 결대로 찢은 닭고기를 넣고 갖은 채소를 곁들여 먹으면, 더위가 절로 가신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초계탕의 유래와 역사를 들여다봤다.
◆언제부터 먹었을까=초계탕은 생각보다 유서 깊은 음식이다. 1795년 정조가 회갑을 맞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화성으로 행차한 기록인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초계탕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궁중 연회를 담은 ‘진연의궤’ ‘진찬의궤’에도 그 이름이 남아 있다.
궁중에서 사랑받던 초계탕은 시간이 흐르며 대중의 밥상으로 내려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궁중 연회에 오르던 초계탕은 민간에 퍼졌고 1930년대 이석만의 ‘간편조선요리제법’ 같은 조리서에도 이름을 올렸다.
◆요리법은 어땠을까=초계탕은 시대에 따라 모습을 바꿔왔다. 2012년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에 실린 ‘초계탕의 시대적 변천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구체적인 조리법은 1766년(영조 42년) 유중림이 편찬한 ‘증보산림경제’에 자세히 담겼다.
이 문헌은 “살찐 암탉과 파 흰 부분을 솥에 넣고, 좋은 초와 청장(맑은 간장)과 참기름을 부은 뒤 센불과 약불로 푹 고아 닭 뼈가 발라질 수 있을 정도까지 이른 뒤에 달걀 6∼7개를 국물에 풀어 먹으면 그 맛이 매우 좋다”고 적었다. 눈여겨볼 점은 이때의 초계탕이 푹 고아 따뜻하게 먹는 탕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초계탕과 유사하게 변화한 건 1950년대다. 방신영의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서 초계탕은 사뭇 다른 음식이 된다. 닭 외에 전복·해삼·배·오이 같은 재료가 더해졌고, 깨를 갈아 만든 깻국에 재료를 말아 차게 먹는 여름 음식으로 탈바꿈했다.
◆초계탕의 ‘계’는 무엇일까=초계탕은 식초(醋)와 닭(鷄)을 품은 이름이다. ‘계’가 겨자에서 왔다는 설도 있지만, 여러 사전과 문헌은 ‘닭 계(鷄)’로 적는다. 어느 쪽이든 신맛을 내는 식초가 이 음식의 핵심이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식초는 일찍부터 단순한 조미료 이상의 역할을 했다.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식초를 해독과 소독에 쓰는 약재로 다뤄왔고, 오늘날에도 원기 회복을 돕고 소화를 거들며 살균 작용을 한다고 알려졌다.
예부터 식초는 어육과 채소의 독을 풀어준다고 여겨졌으니, 비린내 나기 쉬운 닭 육수에 식초를 더한 데는 이런 까닭도 있었던 셈이다.
성지은 기자 s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