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에 맞서 비폭력 저항운동을 주도한 마하트마 간디는 고향인 인도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식민 지배를 겪었던 한국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1869년 인도 구자라트의 바이샤 집안에서 출생한 간디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학업에 큰 흥미가 없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비교적 평범했던 삶은 그가 남아프리카로 떠나면서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게 된다.
1등석 기차를 예약한 간디를 옆자리 영국인이 “냄새나는 유색인종과 함께 있기 싫다”며 기차에서 내쫓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일상에서 식민 통치의 부조리와 차별을 뼈저리게 느낀 그는 저항운동에 나섰고 간디의 사상과 철학은 인도 민중의 독립정신을 일깨웠다.
비폭력 투쟁을 위해 그가 내세운 수단에는 음식도 포함됐는데 1930년에 단행한 ‘소금 행진’이 대표적이다. 당시 제국주의 영국은 인도에서 수입하고 생산하는 모든 소금에 세금을 매긴다고 통보했다. 가내에서 소금을 만들어 먹는 일도 법으로 금지했다. 그러자 간디는 “차라리 바다에서 소금을 가져다 먹자”며 군중을 이끌고 아흐메다바드에서 단디까지 약 386㎞를 행진했다.
간디는 유년시절부터 힌두교와 자이나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자랐는데, 두 종교에는 아힘사라는 비폭력 신앙이 있다. 살생과 육식은 나쁜 카르마(업보)를 쌓는 행동으로 금기시한다.
오늘날에도 인도는 채식 인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생전에 간디는 채소·곡류·과일 위주로 식사했고 향신료나 익힌 요리, 자극적인 음식을 피했다. 다만 식성 자체는 매우 까다로워 의외로 식비가 많이 들었다고 하며 자주 먹는 대식가 면모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간디가 특히 좋아했던 채소 중 하나는 ‘가지’였다. 가지는 원산지인 인도에서 국민 채소 대접을 받으며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했다. ‘바이간 바르타’라는 가지 요리는 구워서 부드러워진 가지를 곱게 으깨 볶아낸 것으로 지역에 따라 다른 향신료를 조합해 개성 있는 맛을 연출한다. 여기에 루와 토마토 등을 첨가한 카레, 가지를 얇게 썰어 바삭하게 튀기고 소스에 찍어 먹는 ‘파코라’도 유명하다.
가지는 한국에서 유독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다. 주로 나물 반찬으로 무쳐내는데, 특유의 물컹하고 질깃한 식감과 낯선 보랏빛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 이런 가지를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은 바로 기름을 써서 굽거나 튀겨내는 것이다.
중국요리 중 가지튀김이 들어가는 어향가지, 지삼선 같은 음식을 맛보고 ‘내가 알던 가지가 이런 맛이었나?’ 하며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탈리아에는 치즈를 올려 굽거나 토마토 소스를 추가한 그라탕식 가지 요리가 있다. 얇게 썬 가지 사이에 미트소스를 층층이 쌓아 만드는 ‘무사카’는 그리스나 튀르키예를 방문했을 때 반드시 맛봐야 할 요리로 꼽힌다.
사실 과거 우리나라에도 가지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있었다. 조선 중기에 쓰인 ‘음식디미방’ 같은 고조리서를 보면 ‘가지 누르미’라고 해서 구운 가지에 밀가루와 기름·간장을 섞은 양념즙을 끼얹은 메뉴가 있다.
그밖에도 바짝 말린 가지를 고기와 참기름에 볶거나, 가지 속을 파내 고기를 채우는 등 다양한 조리법이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현대까지 전해 내려오지는 못했다.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같은 격동의 세월을 거치면서 값비싼 식용유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지의 맛을 제대로 몰랐다면 조상님들의 요리법을 되살려보는 것도 좋겠다. 여름 채소 가지는 지금이 딱 맛이 좋을 시기다. 기름을 써서 조리하면 항산화 성분이 활성화돼 맛도 영양도 배가된다.
정세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