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쪽에선 하천 부지 등 유휴지 들풀을 조사료로 활용하라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이를 규제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속에 말로만 국내 조사료 공급기반 확충을 외칠 것이 아니라 관련 규제를 현실에 맞게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 청주에서 한우 300마리를 사육하는 A씨. 그는 최근 인근 미호강변 하천 부지 9900㎡(3000평)에 대해 부과된 6개월치 점용료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금액은 무려 217만5000원. 연간으로 치면 435만원에 이른다. 하천 들풀의 1㏊당 생산량은 5t으로, 이를 볏짚 산지가격(1㎏당 253원)으로 환산하면 126만원 상당이다. 들풀을 베어 얻는 사료 가치보다 나라에 내는 점용료가 3.4배나 더 비싼 셈이다.
A씨는 “사료비를 아낀답시고 자생 들풀을 써보려다가 점용료 폭탄을 맞았다”며 “여기에 환경영향평가 등 부가적인 행정비용까지 포함하면 하천 자생 들풀을 사료로 쓰는 데만 수천만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실에서 어떤 축산농가가 자생 들풀 활용에 나서겠느냐”고 꼬집었다.
A씨의 사례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관할하는 ‘하천법’ 시행령과 관련이 깊다. 이 법령은 국가하천·지방하천·소하천 부지 들풀을 수거하려면 해당 지방정부에서 점용허가를 받도록 했고, 점용료는 공시지가의 1.5%로 규정했다.
하천 부지 점용허가 자체도 문턱이 매우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협경제지주는 일부 지방정부와 손잡고 해당 지역 축협이 하천 환경을 무상으로 정비하는 조건으로 점용료를 면제받는 대신, 들풀을 베어다 농가에 최소한의 작업비만 받고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만 전국 축협 15곳이 임진강·한강·남한강·금강·영산강·동진강 인근 부지 2044㏊에서 들풀을 수거했다. 농가 호응이 좋아 올해는 축협 18곳이 2200㏊ 규모로 들풀을 수거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지만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환경단체 민원 등으로 일부 지방정부는 점용허가 자체를 반려하거나, 이미 준 허가도 철회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천 부지 자생 들풀 사용은 축산농가 사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효과적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조사 결과 4대강 유역 하천 부지 1만㏊에서 국산 조사료를 연간 10만t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진원 관계자는 “이는 2024년 기준 조사료 수입량(107만t)의 9.3%를 국내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규모로, 외국산 조사료 500억원어치를 대체하는 효과”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도 “올 6월 수확한 갈대의 조단백질 함량은 5.5%로 볏짚(5.1%)보다 높았고, 가소화영양소총량(TDN)도 갈대가 53.3%로 볏짚(43.7%)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하천 부지 들풀이 사료로서 영양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농가들은 관련 법령을 하루빨리 개정해 현장의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하천법’ 시행령을 개정해 축산농가의 조사료 수거 행위를 공익 환경활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하천에서 이뤄지는 내수면어업이 1차산업 보호 명목으로 0.75%의 낮은 점용료율을 적용받는 것을 참고해 축산농가의 들풀 수거에도 점용료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점용료 산정도 실제 작업 일수만큼만 적용하는 ‘일할 계산’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축산농가의 들풀 조사료 활용에 전향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는 기후부와 논의해 범부처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천 부지 들풀 수거는 부유물 적체에 따른 범람 위험과 수질오염 등을 예방하는 공익적 효과도 큰 만큼 정부 보조금사업에 포함해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