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임차농 영농 터전 잃을까 걱정
거래절벽에 노후자금 마련 막막
청년농 농지 확보 어려워지고
지자체도 인력난·업무 과중 호소
“농지를 소유한 지인과 구두계약으로 임대해 농사를 지었는데 농지은행에 맡기면 임대농지를 잃게 될 것 같습니다. 투기꾼 몇 명 잡으려다 애먼 농민들이 쫓겨날 판입니다.”
“고령농들의 자산이라 봐야 평생 농사짓던 농지가 전부인데 팔리지도 않고 시세도 하락해 노후자금이나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농지 투기 근절과 실경작자 중심의 농지 이용질서 확립을 위해 추진 중인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농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던 농업인들이 영농 터전을 잃는 사례가 속출하고, 농지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농지를 처분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던 고령농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청년농의 농지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고, 조사에 나선 지방자치단체도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 이용실태를 전면 점검하고 농지대장 정비와 임대차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5~7월 기본조사에 이어 8~12월에는 농지제도 위반이 의심되는 농지를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기본조사 기간 운영한 임대차 특별정비기간에는 농지대장 신규 임대차 등재가 46% 증가했고, 농지은행을 통한 서면 임대차 계약도 61% 늘어났다. 정부는 이를 임대차 양성화 성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와 충남, 전북, 제주 등에서는 토지주가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기존 임차농에게 계약 해지나 농지 반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오랫동안 구두계약으로 유지돼 온 임대차 관계가 흔들리면서 실제 농사를 짓던 임차농이 생계 기반을 잃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령농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경기와 충남에서는 농지 매물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고, 강원과 경북에서도 거래 위축으로 은퇴를 준비하던 고령농들이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농업계는 규제 강화로 농지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매수세는 위축되면서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북 경산의 한 고령농은 “힘에 부쳐 농사를 그만두고 농지를 내놓았지만 거래가 되지 않고 가격도 떨어져 손실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농업계는 오는 8월 현장 심층조사가 시작되면 임대차 관계와 실경작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농지 투기 근절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실경작자를 보호할 제도적 안전장치와 현실적인 보완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전국종합